'책과 대화해라'. 아빠의 교육관은 단순했다. '무슨 과목을 공부해라' '어떤 책을 읽어라'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다만 매주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서점을 찾았다. 아들은 자연스레 책과 친해졌다. 만화책, 시집, 동화책, 소설 가리지 않고 읽었다. 책과 친해진 아이는 만화에서 문학으로 과학과 철학, 정치학으로 또 국제 관계학으로 점점 영역을 넓혀갔다. 취미는 '독서'. 중학교 때부터 5년 동안 읽은 책이 500권에 이른다.
2011 청소년 김소월 문학상 시 부문 대상, 김동리 문학상 시 부문 특별상…. 이종현(하나고 2년)군은 올해 굵직굵직한 문학대회 시 부문서 잇따라 수상한 '소년 시인'이다. '시인'이라고 하면 여리고 감수성 예민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군은 하고픈 말 당당히 하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10대다. 한국 문화 홍보대사로 미국 뉴욕주 의사당이 주최한 '아시아 문화유산의 달' 행사에서 미국과 한국의 역사, 문화적 배경에 대해 소개하고 국제연합(UN)이 주최한 국제 청소년 포럼 '새천년 프로젝트'에서 세계 청소년들과 물 부족, 인권, 빈곤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미 문화 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오바마 미국 대통령상을 받았고 국제 청소년 문화교류·봉사 단체인 월드 컬처 오르가니제이션 인터내셔널(WCOI)에서 장학금 5000달러를 받았다. 지난 9월에는 한국공학커뮤니케이션 연구회에서 주관한 융합 교육과정에 참가해 수원 화성 축조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군은 팀장을 맡아 국문학, 경영학, 물리, 수학에 재능을 가진 친구 90명과 함께 9개월간 연구를 진행했다.
이군의 아버지는 주병진, 송일국 등의 변호를 맡아 유명해진 이재만 변호사(법무법인 청파)다. 대학입시 삼수,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군 복무까지 마친 33세에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해 39세에 합격했다. 종현군은 마흔둘에 얻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다. 이 변호사는 본인의 자녀 비법을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아이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스스로 관심을 갖고 목표를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종현군이 초등학생 때 아빠가 하는 '변호사' 일에 대해 궁금해하자 이 변호사는 아예 어린이 법률 교양서를 만들었다. 아빠가 옆에 없을 때도 언제든지 궁금한 것을 찾아볼 수 있게 하고픈 마음에서였다. 주말이면 이 변호사는 아들과 산책을 하면서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주제는 '국제 관계'와 '진보, 보수'. 10대 아들과 50대 아빠. 말이 안 통할 것 같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술술 흘러간다.
종현군은 스스럼없이 아빠를 '스승'이라고 말한다. "전 아빠의 아들이면서 제자라고 생각해요. 아빠는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제가 이해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게 이야기를 해주세요."
이 변호사는 "부모가 매번 모든 것에 답을 해줄 수는 없다. 아이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본인이 스스로 관심 분야를 찾아갈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