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마법이 애플에도 통할까?

애플은 최근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아이거를 애플 이사회의 감사위원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성명서를 통해 "아이거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애플의 주주들과 직원들에게는 매우 소중하다"며 아이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이거는 애플 뿐만 아니라 뉴욕 링컨센터, 9·11 기념 박물관 등 여러 기관들의 이사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그는 2006년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가 선정한 올해의 CEO로 선정된 이력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의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는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스마트TV, 즉 새로운 애플TV 사업이 디즈니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애플TV는 기존의 케이블TV처럼 수십개의 채널을 같은 시간에 방영하지 않는다. 시청자가 보고 싶은 TV쇼ㆍ드라마를 골라 보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라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재밌는 프로그램을 찾게 된다. 수백만명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좋은 TV프로그램을 많이 갖고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한편 디즈니는 ABC와 ESPN 미디어 컨텐츠를 판매 및 배포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ABC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위기의 주부들'과 '로스트'를 방영하고 있다. ESPN은 미국 스포츠 중계 방송 중 가장 시청률이 높다.

파이퍼 제프리의 진 먼스터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새로운 TV사업에서 좋은 컨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앞으로 디즈니가 애플의 사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이번 인사가 "애플이 디즈니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한 묘안"이었다고 분석했다.

디즈니와 애플은 낯선 사이가 아니다. 아이거와 잡스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운영하던 영화제작사 픽사(Pixar)를 74억에 팔 때 당시 CEO였던 아이거는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줬다. 이 때 잡스는 디즈니의 지분 7.4%와 함께 디즈니의 이사회 임원으로 남아 디즈니와 인연을 이어갔다.

이후 아이거는 ABC의 드라마들을 애플의 온라인 상점인 아이튠스(iTunes)에서 볼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이미 5년전 부터 협력관계를 통해 함께 성장해 왔다.

한 미디어업계 담당 애널리스트는 "디즈니는 미디어 업계의 표준"이라며 "아이거를 영입함으로써 애플이 미디어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스티브 잡스는 자서전을 통해 애플TV에 대한 자신감을 밝힌 바 있다. 새로운 애플TV는 빠르면 2013년에 출시 될 것으로 알려져있다.

아이거가 애플의 이사회 위원을 겸직하게 되면서, 디즈니는 애플의 빈자리를 채워줬다. 하지만 애플은 아직 디즈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또한 디즈니의 이사회의 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