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이 17일 출국을 재시도하려고 했으나 건강을 이유로 하루 미뤘다. 베니그노 아키노 현 대통령 측은 아로요 전 대통령의 출국 소동에 대해,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드라마'라고 일축했다.

이날 아로요는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출국을 하루 미루겠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고 한다. 지난 15일 밤 아로요는 신병 치료를 위해 홍콩행 비행기를 타려고 남편 호세 미겔 아로요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희귀한 뼈 질환을 앓고 있다는 아로요는 목과 가슴에 보호대를 착용한 채 휠체어를 타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함께 공항으로 들어갔다. 공항 직원들이 계속 출국을 막자 아로요는 두 시간 만에 병원으로 돌아갔고, 현지 방송은 이 과정을 생중계했다.

아로요는 선거 조작 및 뇌물 수수 의혹과 관련,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다. 아로요의 남편도 고속 데이터 통신망 사업과 관련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로요는 필리핀에서 세 차례 척추수술을 받았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면서 해외에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 아로요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지명됐던 대법관들이 다수인 대법원은 "아로요의 출국을 막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아로요의 출국 금지를 풀어줬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아로요는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레일라 드 리마 법무부 장관은 "아로요의 병세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혐의가 확정되면 귀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출국 불허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아로요가 방문하려는 국가들 대부분이 필리핀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라는 점을 들었다. 이에 아로요는 출국을 막은 법무장관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된 아키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면서 아로요의 비리 혐의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아로요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아키노 현 대통령의 대변인은 지난 15일 있었던 일과 관련, "아로요 전 대통령이 사람들의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해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면서 "국비를 들여 해외 의료진을 필리핀으로 데리고 오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의사협회도 "필리핀에 아로요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들이 많다"고 했다. 이에 아로요의 남편은 "정부가 어떻게 대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느냐. 권력의 횡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