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2시 30분쯤 전북 부안군 위도면 상왕등도 서방 70마일(126㎞) 해상. 우리 해경에 적발된 불법조업 중국어선 12척이 배들을 굴비처럼 나란히 묶은 채 저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경 소속 500t 경비함이 중국 선단 주변을 빙빙 돌며 퇴각을 방해했고, 헬기 2대는 최루액과 연막탄을 선박에 투하했다. 고속단정 3척은 진입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선해 제압하라."
지휘선인 3009함(3000t)의 김국성(55) 함장이 명령했다. 곧바로 고속단정들이 중국선단 왼쪽 끝에 붙었고 대원들이 갑판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중국 선원 3~4명이 3m 길이 대나무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테러 진압이 주임무인 특공대원들은 단숨에 중국 선원들을 제압했다. 전자충격총, 실탄이 든 K-5 소총, 고무탄을 쓰는 6연발 유탄발사기, 방패, 진압봉 등으로 중무장한 대원들 모습에 기가 질렸는지 중국 선원들은 대나무를 좀 휘두르다 옆의 다른 배로 줄행랑쳤다. 대원들의 진압 장면 동영상은 헬멧의 카메라와 전송장비를 통해 3009함 조타실 화면으로 실시간 전달됐다.
박희범(42) 특공대 전술팀장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에 사용했던 동영상 실시간 전송 장비를 오늘 해경이 처음으로 중국어선 단속에 사용해 효과적인 진압 지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금까지 굴비처럼 집단계류해 대항하는 중국어선에는 물대포를 쏴 쫓아내는 방식으로 대응했으나, 이날은 강력 진압을 통해 12척 모두를 나포했다. 이주성 서해해경청장은 "집단 계류 중국어선을 이렇게 강력하게 단속하기는 처음"이라며 "내달에도 특별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쯤 이 해역. 3009함에 탑재돼 있던 팬더헬기(AS-565)가 이륙 30분 만에 군산 해역 EEZ(배타적경제수역)에서 유자망 조업 중인 중국어선 12척을 발견했다. 모두 허가 표지판이 없는 무허가 선박이었다.
"무허가 중국어선 무더기 발견. 따라붙어 증거자료 수집하겠습니다."
목포항공대 양회철(45) 기장은 "그물 올리는 동영상과 사진을 확보했다. 집단 저항에 나서려고 배들을 묶으려 하니 즉시 검문검색 바란다"며 모함인 3009함 조타실에 보고했다. 무허가 중국어선들은 해경 함정이 다가오면 조업 중인 그물을 자르거나 어획한 고기를 바다에 버리는 수법 등으로 단속망을 빠져나가고 있어 채증이 중요하다.
중국어선들은 3009함으로부터 27㎞ 떨어진 해상에 있었다. 3000t급 경비함은 충돌 사고 위험 탓에 30~40t에 불과한 중국 어선에 바짝 다가설 수 없다. 최대한 중국 어선에 가깝게 접근해 40노트(72㎞)로 달리는 고속단정을 투입해야 한다.
김국성 3009함장은 "전속력(35노트)"을 지시하고 추격전을 개시했다. 그동안 헬기는 불법 중국 어선들 위를 선회했다. 프로펠러로 거대한 바람을 일으키며 진로를 방해했다. 도주하던 어선들이 휘청휘청했다.
"5마일 해상 접근"
30분쯤 지난 뒤 3009함 조타실에서 중국 선단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7~8척은 한 덩어리로 묶여 있었다. 다른 배들도 집결하고 있었다. 서윤종(52) 통신장은 "이렇게 배를 한데 묶은 채 공해상으로 빠져나가는 게 중국 어선들의 도주 수법"이라 했다. 보통 30~40t급 중국 목선 1척에 선원 10여명이 탄다. 10척이 로프로 묶이면 선원은 100여명으로 불어난다. 반면 선원들과 맞부딪치는 해경 고속단정 1척당 정원은 8명이다. 3000t 경비함정 탑재 고속단정은 2척이므로, 동시 작전을 수행하는 최대 인원은 16명에 불과하다.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수십명의 중국 선원을 상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서해해경청이 2박3일간 벌이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일제단속' 기간이어서 단속 인원이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서해해경청 산하 목포·군산·태안·평택 4개 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12척과 헬기 4대, 해경 특공대 20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2개 편대를 이뤄 작전을 수행했다. 1개 편대는 경비함정 6척과 헬기 2대, 특공대원 10명으로 구성됐다.
작년 12월 전남 신안군에서 조난된 여객선 승객 15명 전원을 구조했던 3009함은 예하 5척의 경비함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했다. 좌우 2마일 간격으로 300·500·1500t급 경비함 5척이 3009함을 호위하며 연합 작전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