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공부만 잘하는 친구들을 두고 '공부 벌레'라는 별명을 붙인다. 학생의 기본인 공부에 '벌레'가 붙은 이유는 공부 잘한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시기가 섞였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 2% 안에 드는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멘사(MENSA) 회원, 내신 1.23등급, 영어능력 검정시험 텝스(TEPS) 백분위 99.98%. 여기까지만 보면 명재연(서울고등학교 2년) 군은 전형적인 '공부 벌레'다. 하지만 명군 곁에는 항상 친구들이 북적인다. 학급회장을 맡고 친구들과의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입시를 위한 필수 항목 정도로 생각하는 봉사활동도 그는 고교 2년 동안 150시간을 훌쩍 넘겼다. 친구들에게 그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나 물어볼 수 있는 '멘토'로 통한다. 공부와 교우관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명군의 공부 비결은 '느긋함'과 '엄격함'이다.

"잠이 많은 편이라 하루 8시간 수면시간을 지키는 편이에요. 대신 깨어 있을 때 최대한 열심히 하기 위해 자투리 시간과 자습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요."

'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은 명군에게는 예외다. 잘 때는 꿈도 꾸지 않고 자고 대신 깨어 있을 때는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법이 없다. 공부 일정을 잡을 때 그는 본인 최대량의 80%로 잡는다. 시간대로 과목을 정해 스케줄을 잡는 대신 하루, 주간, 월간으로 목표를 정한다. 대신 본인이 목표로 삼은 량은 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해낸다.

"공부시간이 5시간 주어지면 4시간 정도로 학습 목표를 세워요. 문제집을 풀 때 한장에 30분이 걸린다고 치면 8장을 푸는 식이죠. 남은 시간에는 중점적으로 푸는 문제집 외에 예비 문제집을 두고 공부해요. 하루하루가 쌓이면 여유 시간에 푼 양이 상당해요. '내가 남은 시간을 이렇게 잘 활용했구나!'라는 생각에 성취감이 생기죠."

본인이 전략 과목으로 생각하는 영어는 각종 경시대회에 출전해 성취감을 쌓는다. 교외 경시대회 실적은 대학 입시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는 교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경시대회에 출전해왔다.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보다 스스로에 대한 동기 부여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학교에서만 경쟁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전국에 저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제 위치를 확인하고 새로운 목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명군은 중학교 때 한창 온라인 게임에 빠져 있었다. 하루에 1시간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맞벌이하는 부모님이 안 계실 때는 항상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했기 때문에 공부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을 속인다는 미안함이 짜증으로 불거지면서 불화가 쌓였고 게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게임을 의지만으로 끊기는 힘들어요. 저는 게임 대신 탁구, 배드민턴 등 운동을 했어요. 특히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배웠던 테니스가 효과적이었죠. 많은 친구가 스트레스를 풀 마땅한 방법이 없어 게임을 찾아요. 공부만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죠.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를 하나쯤은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운동과 함께 활력소를 얻는 것이 봉사활동이다. 명군은 중학교 때 북한 인권을 다룬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본 뒤 새터민 관련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새터민 관련 자원봉사는 대부분 성인 위주로 운영돼 고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명군은 포기하지 않았다. 본인의 장기인 영어를 살려 어학 검정시험 성적표와 각종 수상 기록 등을 제출했고 새터민 대상 계간지의 영문 번역 봉사 기회를 얻었다. 그 후 한민족학교, 한마음 캠프, 탈북청소년 콘서트 보조 등 다양한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명군은 "새터민 아이들을 만나보니 공부에 대한 열망이 대단했다. 내가 편안하게 학교에 다니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는 매주 일요일 초등학교 1학년 새터민 학생 영어 과외를 하고 있다.

"공부는 무엇보다 동기 부여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루에 3시간을 공부해도 성공하는가 하면 10시간을 공부해도 실패하는 수험생이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똑같아요.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으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더 효율도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