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취한‘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해“(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자신이 취임 후 추진 중인 유연한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호응하고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북한이 우리에 대한 비난을 줄이고, 이것이 변화로 가는 조짐이라면 환영할 만하다"고 했다. 취임 2개월 동안 줄곧 유연한 대북 정책을 주장해 온 배경에 대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완화하고 긴장도 낮추어서 남북한이 서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나아가 위기관리에도 사용될 수 있는 안정적인 대화의 채널을 확보해보자는 취지"라고 했다. 일련의 대북 조치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으로선 (남북정상회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나는 대북관계의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일부 유연성을 발휘할 부분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했었다. 내가 찾아낸 것이 순수한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에서 활동하는 우리 기업의 생산활동에 지장이 있는 부분들을 바로잡는 것, 종교단체와 예술인의 방북을 허용해주는 것 등의 조치였다."

―최종 목표가 정상회담 아닌가.

"그렇진 않다. 남북 간에는 긴장이 높을 때나 낮을 때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대화의 채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남북 간에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길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열어갈 수 있는 길도 된다. 정상회담은 그런 채널이 다 확보되고 난 후에, 훨씬 후에 실효성 있는 회담이 가능하다 하면 그때 가서 고려하겠다."

―최근 우리 정부 조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북한은 중국·미국 등 인접국들보다 더 민감하게 이러한 조치들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지 않겠나. 자신들의 필요를 고려하면서 어떤 형태든 반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이례적으로 대남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나름대로 대응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북한 반응이 긍정적이고 평가할 만하다는 얘기인가.

"지금까지 하던 비난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거나 자제하는 것은 매우 소극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한국 측에서 취한 조치들과 그렇게 조성된 분위기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전직 해외 수반들의 모임인 '디 엘더스'가 남북 정상회담을 주선해줄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기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평가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은 남북 간의 문제고 남북한이 주체가 돼 해결해 나가야지, 다른 단체가 주선한다는 것은 좀 어색하지 않나?"

―정상회담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나. 대통령이 또 평양에 갈 수 있나.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내가 의도하는 것은 남북 간에 지나치게 높은 긴장도를 낮추고 대화의 채널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그 대화의 채널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는 것이다."

―북한에 무엇을 기대하나.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고 연평도·천안함 무력도발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하는 것이다. 북한을 압박해서 북한 체제를 위협하거나 북한을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게 아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도 핵개발이나 무력도발로 목적을 성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제 확인하지 않았겠느냐 생각한다. 또 가장 중요한 체제 안보는 국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수준을 높이고 국민을 아끼는 것임을 깨닫고 그런 방향으로 움직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취한 5·24 대북 제재 조치는.

"5·24 조치는 북한이 무력도발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인 물자나 대규모 식량지원을 제한하고 북에 대한 경협과 교역을 중단하는 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금강산 관광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이 완전히 보호되지 않으면 재개할 수가 없다. 재산 문제는 당사자인 기업(현대아산)이 북측의 관계 기구와 협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신변안전에 관한 문제는 당국 간에 보장이 돼야 한다."

―'2012년 강성대국'을 준비한다는 북한의 상황은.

"북한 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식량은 부족하다. 금년 작황이 증가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식량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본다. 북이 제한적으로 외자를 유치해서 경제를 살려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