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넷은 목관악기 가운데 사람 목소리를 가장 닮았대요. 우리 귀에 제일 좋은 소리래요."
서울 서초동의 한 음악 연습홀. 지난 7일 클라리넷 연주단원 17명이 '마법의 성'을 연주했다. 초등 5학년부터 중3까지인 이들의 연주는 조금 느렸고, 군데군데 불협화음도 섞였다. 강사 허두리(30)씨가 아이들 손가락을 잡아가며 고쳐줬다. 그리고 이틀 뒤인 9일, 청각 장애 청소년 클라리넷 연주단 '클라리넷 앙상블'은 연례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연주회는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렸고, KBS 관현악단이 호흡을 맞춰주었다.
클라리넷은 이들에게 특별한 악기다. 이들은 선천성 난청을 안고 태어났고, 아주 어릴 때 귓속에 인공 와우(달팽이관)를 넣는 수술을 받았다. 크고 또박또박한 말은 알아들을 수 있어 일반 학교에 다니며 언어 치료를 받고 있다. 목관악기 가운데 사람 목소리를 가장 닮아 편안하게 들린다는 클라리넷 소리는 이들에게 악기이자 치료 도구이기도 하다.
강주현(부천 도당초 6년)양은 "클라리넷 소리는 친구가 귓속말하는 것 같아 정말 좋다"면서 "루게릭병을 앓는 엄마가 내 연주를 듣고 나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정우(서울 동북중 2년)군은 "말을 알아듣기 힘들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곤 했는데 클라리넷을 배우곤 자신감을 찾게 됐다"고 했다. 손군은 작년 전국 학생 음악콩쿠르 클라리넷 부문에서 특상을 받았다.
인공 와우는 육성(肉聲)을 듣는 데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아주 높은 음이나 낮은 음은 듣기 어렵다. 허씨는 "들어가며 배우는 게 아니라, 외워서 연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사랑의 달팽이'는 청각 장애 청소년의 인공 와우 수술을 지원하고 심리적 건강을 위해 7년 전부터 클라리넷 연주단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3월부터 매주 금요일 모여 2시간씩 연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