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9일 만나 오는 12월 17일 통합신당 창당 및 전당대회 개최 일정에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통합신당의 지도체제 문제 등 창당과 관련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 사람이 합의한 대로 야권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2007년 대선 국면에서 열린우리당이 문을 닫으면서 친노 세력이 대거 이탈한 이후 갈라져 있던 민주당과 친노 세력을 합친 정당이 등장하게 된다. 정치권에선 김대중(DJ) 세력과 친노가 합쳐진 '열린우리당 확대판 정당'이 탄생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날 손·문 합의에는 정동영·정세균 등 민주당 내 다른 대선주자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민주당 내 독자 전당대회파는 통합전당대회에 반대하고, 집단 실력행사에 들어갈 조짐이어서 적잖은 당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의 만남에서는 손 대표가 주로 통합일정과 관련된 복안을 설명하고 문 이사장이 대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손 대표는 우선 민주당 내 복잡한 사정을 설명했다고 한다. 문 이사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복잡한 것 같다"고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이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12월 17일은 현행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 또는 최고위원이 물러나야 하는 시한(時限)의 하루 전날이다.
손 대표의 이 얘기에 대해 문재인 이사장은 즉답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고 있다는 이심전심이 그 자리에서 전해졌다고 양측은 설명했다.
손 대표는 이어 12월 17일 통합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체제 구성 방안에 대해서도 3~4가지 방안으로 나눠서 설명했다고 한다. 경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한다. 문 이사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즉답하지 않고 향후 야권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연석회의를 통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 이사장 측 관계자는 "손 대표가 말하는 의미를 충분히 알아들었다"고 했다. 이 부분도 이심전심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내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주로 호남 세력과 독자 전당대회를 준비해온 쪽에서였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어려운 때일수록 당헌·당규를 지키고 정도를 가는 게 순리"라고 했다. 손 대표가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역시 대표 출마를 준비해온 김부겸 의원은 "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뽑자는 것은 진일보한 얘기지만 정당의 해산과 통합은 전당대회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독자전당대회 소집을 위한 대의원 서명작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는 통합전당대회 직행이나, 독자전당대회 조기 개최냐를 둘러싸고 앞으로도 한동안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싸움은 총선 공천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쉽게 정리될 문제가 아니다.
한편 민주당과 문재인 이사장의 '혁신과통합'은 12월 17일 전당대회 개최와는 별개로 민주노동당 등과의 통합도 계속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 및 진보신당 탈당파는 별도로 자신들끼리의 진보정당 창당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