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희·올 댓 시네마 대표

가끔 한국인이기도 하고 외국인이기도 한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 한국을 찾은 해외 입양인 친구들의 홈스테이(Home stay)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 해 전에 아버지를 찾아 22년 만에 한국에 온 '애런 베이츠'의 실화를 다룬 영화를 홍보했던 인연 덕분이다. 다니엘 헤니, 김영철 주연의 '마이 파더'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이다.

어릴 적 입양을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다 커서 자기가 태어난 나라를 와보고 싶어하는 입양인들의 안타까움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생김새는 우리와 똑같다. 여기서 자랐다면 길거리에서 흔히 만나는 여느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다. 한국말을 거의 못하니 영어나 제3국어, 그것도 안 되면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도 부쩍 정이 든다. 짧게는 열흘, 길게는 한 달 정도씩 묵고 떠날 때마다 마음이 허전하지만 다음에는 또 누가 올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추스른다.

어떤 인연에서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즐겁다. 즐거움과 함께 그들이 부모·형제를 찾거나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고 편히 지내다 무사히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저마다의 사연은 다 다르고, 어쩌면 평생을 두고 해결해야 할 숙제를 지닌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올바른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작은 힘이지만 옆에서 도왔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뿌듯하다. 그럼에도 나는 어서 이 일을 끝내고 싶다. 그들을 돕는 데서 얻는 기쁨보다 우리 집에 찾아올 젊은이가 없어서 더 이상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다는 것이 더욱 기쁜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