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가을은 주택시장에는 성수기다. 특히 가을은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 날씨도 선선해지고 이사 다니기에도 좋다. 덕분에 거래도 늘고 주택가격도 조금씩 오른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국의 올 가을 주택시장 분위기는 영 썰렁하기만 하다. 미국의 부동산 정보업체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 9월 미국 주택가격은 전달보다 1.1% 하락했다. 두 달 연속 하락세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하락률은 4.1%로 더 커진다. 급매물 투매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주택가격은 여전히 1.1% 하락한 수준에 머무른다. 통계 대상이 된 100곳 중 82곳의 가격이 하락했다.
◆ 급매물에 투매 속출…더딘 경기회복 미워
주택가격이 가을 들어서도 회복이 안되는 건 투매물량이 적지 않게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마크 플래밍 코어로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매 욕구는 여전히 정체돼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계속되고 있고 급매물도 계속 늘어 겨울까지는 주택가격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투매 물량이 줄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 경기둔화다.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 실업률도 문제지만 시장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주택대출 담보 물건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대출금 미회수라는 악재로 이어진다.
영국의 경제전문 분석기관인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폴 디글 연구원은 "주택 가격지수의 하락은 무엇보다 고용창출 둔화와 경기부진 등이 이유가 크다"고 진단했다.
◆ 주택가격 하락은 곧 담보가치 훼손…악순환
경기둔화는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대출 연체, 두 요소 모두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주택용 모기지담보증권(RMBS)시장에서의 심각한 대출금 연체로 인해 대출금 미회수 비율이 10% 넘게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는 10%의 주택가격 감소요인으로 작용한다.
10% 하락은 통계상 수치일 뿐, 실제 하락폭은 이보다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과 비교하면 현장에서 체감하는 하락율은 25%나 된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문제는 주택가격 하락이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다. 주택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 모기지 대출금리는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제 구매자들의 심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미국인의 36%는 내년이 되면 주택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니 주택 구매에는 손이 나가지 않고 반면 주택 임대비용은 증가하니 서민들로서는 죽을 맛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의 77%는 미국 경제가 계속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