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으로 중국 국내외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이번에는 중국 당국의 세금 추징에 인터넷 모금 운동으로 맞선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54)를 비난하는 글을 실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글을 내리는 소동을 빚었다.
환구시보는 지난 7일 이 신문 단런핑(單仁平) 평론원 명의의 평론에서 "탈루 세금 납부를 위해 네티즌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것은 불법 모금에 해당한다"면서 "독일 베를린에서 작년 호화아파트를 구입했고, 올해는 면적이 4800㎡에 이르는 작업실까지 구입하려는 그가 세금을 내기 위해 돈을 빌릴 필요가 있느냐"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또 "1만명 이상이 아이에게 돈을 보냈다지만 중국 같은 큰 나라에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의 정치적 경향이 중국 대중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지지자까지 공격했다.
이 글이 환구시보 인터넷망인 환구망에 게재되자 네티즌 수천명이 환구시보를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한 네티즌은 "7일 오후까지 2만명이 넘는 이들이 송금을 했다. 이것이 극소수냐"고 반박했다. "모금운동은 중국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 의지를 밝히는 행위 예술"이라고 주장한 네티즌도 있었다.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편집장은 이에 대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아이웨이웨이와 그 지지자들을 억누르지 않을 수 없다. 1만명을 '극소수'라고 하는 것은 중국 같은 거대한 나라에서 정확한 표현법"이라고 주장했다가 2000명 가까운 네티즌들의 항의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논란이 확산되자 7일 오후 자진해서 이 글을 인터넷에서 삭제했다. 또 시나닷컴 등 중국 주요 포털사이트에 전재된 글도 상당수 삭제돼 중국 당국이 직접 검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웨이웨이는 독일 도이체벨레TV에 "모금 운동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운동이며, 빌린 돈은 이자 없이 원금을 그대로 돌려줄 것"이라면서 "환구시보가 비난 일색이기는 하지만, 대다수 관영 언론이 내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보를 전달해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는 지난 1일 세금 탈루 혐의로 과세 당국으로부터 추징금과 벌금 등 1500만위안(약 26억원)을 부과받자, 3일부터 인터넷상에서 세금 납부를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2만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600만위안(약 10억5000만원)가량의 성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시보는 중국 내 개혁 세력은 물론,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호전적이고 극단적인 공격을 자주 해온 민족주의적 성향의 신문이다. 지난 10월 25일에도 사설을 통해 "한국과 필리핀 등이 최근 중국 어선과 어민을 잇달아 억류했다… 중국과 해상 분쟁을 빚고 있는 국가가 중국에 대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대포 소리를 들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극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