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직계세력이 주축을 이룬 '혁신과 통합'은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혁신적 통합정당 건설의 길에 함께했으면 한다"고 밝혔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7일 "(안 원장이) 내년 총선 전에 (야권 통합정당에) 들어오면 바람직하다"고 시기까지 못박았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안 원장이) 대권 결심이 섰다면 통합대열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혁신과 통합' 쪽 사람들은 핏줄로는 노 전 대통령 사람이지만, 생각은 노 전 대통령과 다른 모양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함께 일할 사람은) 지향하는 노선과 가치가 같아야 한다"면서 집권 내내 '코드 인사'를 고집했었다. 친노(親盧)진영이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집권당을 두 쪽 내며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던 것도 생각 맞는 사람끼리 정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9월 초 안 원장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설이 처음 돌았을 때 야권 반응은 "안 원장 주변에 있는 다수는 친(親)한나라당 성향의 보수들"이라며 "안철수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쪽이었다. 그러나 야권은 안 원장이 인터뷰에서 "현 집권세력에 반대한다"며 반(反)한나라당 입장을 밝히자 '알고 보니 우리 편이구먼'이라며 안 원장이 입을 뗄 때마다 '옳은 말씀'이라며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정책 분야에서 안 원장 입장이 알려진 것은 그가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체험한 '대기업 독식주의'에 강한 반감(反感)을 갖고 있다는 점 하나다. 안 원장은 대기업이 검증된 벤처기업을 정당한 대가를 주고 인수하고, 벤처기업 창업자는 그 자금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실리콘 밸리'식 선순환 구조의 정착을 주장한다. 맞는 지적이다. 젊은 인터넷 논객들은 안철수 현상을 분석한 신간 저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을 추구하는 안철수 모델이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반기 이후 추진한 공생(共生) 발전론과 닮은꼴이라고 평가했다. 안 원장의 아버지 안영모씨는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정책적 입장이 "좌파는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까지 모두 한 지붕 아래 모이겠다는 범야권 통합 속에 안 원장이 둥지를 틀 공간이 어디 있을지 궁금해진다.
야권 인사들이 안 원장과의 정치 동업에 매달리는 것은 지지율 5%였던 박원순 후보를 지지선언 한 마디로 단박에 선두주자로 올려놓았던 덕을 또 한 번 보겠다는 얘기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를 같이하자는 초대장을 보내려면 먼저 상대방의 정책 구상이 뭔지 알아보는 시늉이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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