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단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최고 지도자 알폰소 카노(63)가 정부군에게 사살됐다. 콜롬비아 국방부는 군이 남서부 카우카주(州) 정글에 있는 카노의 은신처를 급습해 그를 사살했다고 4일 밝혔다.
수년째 카노를 추적해온 콜롬비아 정부는 이날 전투기와 지상군을 동원해 카노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카노는 트레이드 마크인 덥수룩한 수염을 깎은 상태였지만 지문 검사로 신원이 확인됐다. 그에게는 현상금 370만달러(약 45억원)가 걸려 있었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하며 1964년 창설된 FARC는 세계 반군(叛軍) 단체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 1990년대까지도 1만8000여 병력을 자랑하며 한때 콜롬비아 전체의 30~40%에 해당하는 남서부 정글 지역을 장악했다. FARC는 마약 밀매로 자금을 조달하고 수감 조직원의 석방 협상을 위해 무고한 민간인을 납치해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2002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콜롬비아 정부의 소탕 작전이 시작되며 세력이 크게 위축됐다.
본명이 '기예르모 레온 사엔스'인 카노는 중산층 출신으로 보고타 국립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좌익 투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FARC 이론가로 선동에 능했고, FARC 창설자 마누엘 마루란다가 2008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카노의 죽음은 FARC 역사상 가장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카노를 잃은 FARC가 금세 괴멸하진 않겠지만 그를 대체할 리더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