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90~216)=박정상(27)도 연말 총각기사 대열에서 탈출한다. 내달 3일 종로구 소재 '하림각'에서 세 살 아래 김여원 양과 화촉을 밝히는 것. 신부는 준프로급 바둑 실력을 갖춘 데다 그동안 여러 형태의 선행(善行)을 베풀어 와 신랑 못지않게 유명하다. 둘은 페어(pair)대회가 열릴 때마다 함께 출전, '찰떡 궁합'을 과시해 처녀 총각 기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중앙 백 대마의 생사를 묻는 대형 묘수풀이가 등장했다. 190은 유일한 실마리. 얼핏 당연해 보이는 193이 이 바둑을 졌다면 패착으로 지목될 만한 문제수였다(흑도 이 대목에서 초읽기에 들어갔다). 묘수풀이의 정답은 참고도 흑1에서 시작한다. 7까지 대마는 한 집밖에 없는 모습. 8 이하로 몸부림쳐 봐도 15까지 백이 사는 길은 없었다.

200까지 백 대마는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렇다면 역전일까. 허영호는 마치 비장했던 비급(祕笈)인 양 203을 품에서 꺼내든다. 백이 만약 여기서 209로 잡아 굴복한다면 흑의 미세한 우세란 결론. 박정상은 이 카드를 뿌리치고 204로 단수쳐 일전불사로 나간다. 214로 '가'에 잡지 않은 것도 일관된 강경책. 좌하 일대의 거대한 흑 대마를 정조준하고 나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