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은 최근 실시되는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현 시점에서 대선을 치른다면 안 원장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안철수 신당(新黨)이 뜨면 지지하겠다'는 국민이 10명 중 4명이라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안철수라는 이름을 대입하지 않고는 내년 총선과 대선 방정식을 풀 수 없게 돼 버린 것이다.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날 기자들을 만났을 때 앞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학교 일도 벅차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처음엔 "생각이 없다"고 했었지만 이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쪽으로 대답이 바뀌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안 원장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어림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안 원장이 총선 때부터 당을 만들어 뛰어들 것인지, 대선이 임박해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당사자로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야권 후보를 미는 선택을 할 것인지 등 구구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
안 원장이 국가적 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선 안 원장이 주변에 했다는 "나는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는 말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다. 안 원장이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밀어붙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지난 5월 국회 강연에서 '대기업의 약탈행위'를 비판한 것을 보면 경제 분야 쟁점에서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는 듯하지만 구체적인 각론(各論)에서 어떤 해법을 머리에 그리고 있는지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스스로 보수적 입장을 지녔다는 안보 분야에서도 가령 천안함 사건에 대한 그의 입장이 그가 지지선언을 했던 박원순 후보처럼 "북의 소행이라고 믿지만, 우리 정부가 북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지 적잖은 국민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안 원장은 자서전에서 "사람 만나고 외부 활동하는 것보다 혼자서 책 읽고 일하는 것이 좋아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고민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만약 국가 지도자가 된다면 299명 국회의원 생각이 제각각인 국회를 상대로 어떤 스타일의 정치를 펼칠지도 선뜻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다.
안 원장은 지금 머릿속이 무겁고 복잡할 것이다. 안 원장 스스로도 정치를 할 것인지 결심이 서지 않았을 수도 있고, 결심은 섰는데 언제 어떤 형식으로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판단을 못 내렸을 수도 있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부른 만큼, 정치를 한다면 한나라당 반대편에 설 텐데 기존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도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안 원장은 본인이 원하든 않든, 인정하든 않든 이미 정치의 세계, 공인(公人)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누구든 공인이 되기 위해선 밟아야 할 수순과 단계가 있으며, 안 원장이라고 거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안 원장은 이제 정치를 할 건지 말 건지 이것만이라도 분명히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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