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억만장자들이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서약했다.

영국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카폰 웨어하우스의 공동창업자 찰스 던스톤,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제이콥 로스차일드가 유산의 10%를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유언장에 남기는 '레거시10(Legacy10)' 캠페인에 동참했다고 텔레그래프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들 세 명이 내놓을 기부금 총액은 5억파운드(8864억원)에 이른다고 신문은 전했다.

(왼쪽부터)롤랜드 러드, 리처드 브랜슨, 찰스 던스톤, 제이콥 로스차일드.

2일 공식 출범하는 '레거시10' 캠페인은 금융 컨설팅업체 핀스버리 창업자인 롤랜드 러드가 설립했다. 목표는 영국인의 10%가 자발적으로 유산의 10%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의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노센트 드링크의 창업자 리처드 리드, 로열 오페라 하우스 회장 토니 홀 등 기업인과 문화계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영국인의 74%가 기부를 하지만 유산을 기부하는 사람의 비율은 7%에 불과하다"면서, "유산 기부가 4% 더 늘어나면 10억파운드 이상의 기부금이 모인다. 레거시10 캠페인은 기부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유산 기부 캠페인에 참여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4월부터 유산의 최소 10%를 기부하면 현재 40%인 상속세를 36%로 감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유산 기부금은 재정 위기로 인해 대폭 삭감된 자선단체 정부 지원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인 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영국 현 정권의 기조에도 맞는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유산 기부 운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나는 유산의 10%를 기부하는 일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표준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자선단체를 위해 옳은 일을 하면 정부도 당신 덕분에 옳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재산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나선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작년 6월 재산 절반 기부하기 운동을 펴는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재단을 출범시켰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