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기획취재부 차장

―가을입니다. 총수, 저도 결혼하고 싶습니다.

"늑대를 고르는 너의 기준은 무엇이냐."

―아무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눈동자만 반짝반짝 살아 있는 늑대라면 좋겠습니다.

"능력도, 성격도 안 본다는 방학동 K가 왜 여태 골미련 회원인 줄 아느냐? 치아가 고른 늑대만 찾기 때문이니라."

―눈동자 반짝이는 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좌절의 시대, 분노의 시대에 수컷들의 눈이 초롱초롱 살아 있기란, 백령도에서 현빈 면회하기보다 어려우니라."

늑대를 고르는 법

―연애용, 결혼용 늑대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네 가슴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늑대가 연애용, 피투성이에 후시딘 발라 붕대 감아주는 늑대가 결혼용이다."

―착한 늑대는 왜 하나같이 인물이 빠집니까.

"착하고 잘난 늑대는 네가 발견하기 1만년 전에 다른 여인들이 죄다 포획해갔기 때문이지."

―늑대는 주식 고르듯 하라고, 헐값에 사서 금값으로 키우라고 하더이다.

"헐값에 산 주식이 깡통이 되는 수가 있으니 문제 아니겠느냐."

―인물만 좋은 늑대와 능력만 있는 늑대 중 어느 쪽이 낫습니까.

"잘생긴 마마보이와 정의로운 마초 중 누가 더 낫느냐는 질문만큼 어리석나니."

―어떤 늑대를 골라야 결혼생활이 행복하겠느냐, 이 말입니다.

"너를 사랑하는 늑대, 너의 눈높이보다 딱 반 뼘 아래에 있는 늑대, 그리고 두 개의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늑대."

―두 개의 한국어라니요?

"마누라의 언어와 자기 엄마의 언어를 따로따로 구사할 줄 아는 늑대라면 네 인생 전부를 걸어도 좋다."

―너무 어렵습니다.

"살림하느라 우리 자기 손 거칠어졌다는 말을 엄마한테 하고, 중학교 때까지 엄마젖 만지고 잤다는 말을 우리 자기한테 하는 늑대는, 뜰채로 걸러내야 한다는 뜻이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늑대 엄마와 사는 법

―결혼과 동시에 변심하는 늑대들이 있다고 합니다. 애인이 아프면 가슴이 아프고, 마누라가 아프면 머리가 지끈거린답니다.

"여자의 경제력과 팔 힘은 그래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어머니와는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지는 게 이기는 법. 딱 1년만 눈 감고, 귀 닫고, 입 앙다물고 견디면 평화로운 권력이양의 그날이 온다고 본다."

―너무 봉건적인 해법 아닙니까.

"자고로 고수(高手)는 물 밑에서 움직인다. 때를 기다려라. 손해는 자잘하게 보고 이득은 크게 챙겨라."

―챙길 이득이 어디 있습니까.

"빈털터리 시댁이라도 노다지 보듯 하면 아스팔트에서도 호박이 넝쿨째 열리는 법이다. 손주부터 떠맡겨라. 김치통을 들이밀어라."

―그 정도로 해결되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

"목 위에 있는 것은 무엇이냐. 잔머리를 굴려라. 목욕탕 가서 등 밀어 드리고, 가끔 여행도 보내 드리고, 용돈도 두둑이 챙겨 드리고."

―진심이 있으면 되지, 무슨 잡수고를 그리 많이 해야 합니까.

"진심은 탈레반에게도 있는 법. 결혼은 사랑과 정의의 영역이 아니라고 몇 번을 이르더냐. 포커페이스와 협상, 약간의 비굴함이 결혼을 굴러가게 하는 힘일진대…. 어차피 시간은 너의 편이 아니더냐."

―그 냉혹한 세계를 왜 못 들어가서 안달입니까.

"눈에 콩깍지가 씌었으니 그렇지, 제정신으로야 하겠느냐."

모성이란, 인생이란…

―자식은 어찌 키워야 합니까.

"액설런트하게."

―어느 더벅머리 늑대는 좌파와 우파도 엄마 뱃속에서 결정된다고 하더이다.

"닥치고 이발소나 다녀오시라고 전하거라."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 엄마의 애티튜드는 어떠해야 합니까.

"아이가 먼저 호기심을 가질 때까지, 질문을 던질 때까지 설레발 치지 말고 기다려라."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수능이 코앞에 닥치더라는 엄마들은 어찌해야 합니까.

"그래 봤자 인생 2회말일 뿐이다. 이러다 굶어 죽겠다 싶으면 밥을 얻기 위해 열길 물속에라도 뛰어든다."

―모성과 욕심은 어떻게 구별합니까.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겠다고 일곱 살짜리 아이와 다섯 시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모성이냐, 욕심이냐."

―늑대도, 자식도 없으면서 총수는 어찌 그리 전지전능하십니까.

"무학(無學)의 통찰. 나와 하등 상관없는 인생이니, 할렐루야! 물러나 한발 빼고 보면 자신의 실체가, 얼음처럼 차가운 진실이 보이는 법이니라."

―근데 왜 여태 이러고 사십니까.

"그걸 알면 10년째 이 자리에 있겠느냐.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 마라. 인생은 모순 덩어리, 그래서 눈물나게 아프고 달콤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