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게 깔린 30일 오전 3시10분, 전라북도 군산시 선유도의 한 평화롭던 펜션에 강도가 침입했다.

전날 섬에 낚시를 하기 위해 일행과 함께 들어왔던 류모(46)씨가 잠자던 임모(57)씨 부부에게 미리 준비해간 둔기를 휘둘렀고, 현금과 상품권 등 133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문제는 도망갈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배가 끊긴 섬에 갇힌 류씨는 펜션에서 50m쯤 떨어진 바위에 숨어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1시간 만에 붙잡혔다.

류씨는 인근 야산을 헤매다가 나갈 곳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더욱 황당한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연행되던 류씨는 "볼일을 보고 싶다"고 했고, 경찰은 그를 파출소 화장실로 데려갔다. 류씨는 20분이 지나도록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고,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경찰은 그곳에서 류씨가 양변기에 돈뭉치를 버린 채 물을 내린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류씨가 범행증거를 없애려 한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변기통이 막혀 배관공을 불러와야 했고 배관공은 변기를 뜯어 물에 젖은 채 꼬깃꼬깃해진 1만원권 27장과 5만원권 11장, 10만원권 수표 2장, 백화점상품권 2장을 빼냈다.

31일 전북 군산경찰서는 강도상해 혐의로 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류씨가 파출소로 온 뒤 갑자기 용변을 보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 10여 차례 물을 내렸다"고 했다. 수차례에 걸쳐 훔친 돈을 인멸하려는 황당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류씨는 경찰조사에서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훔친 돈을 변기에 버렸던 이유도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찰은 다만 범행도구를 미리 준비해 간 점, 펜션 4층을 통해 침입한 점 등으로 미루어 류씨가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류씨와 함께 낚시여행을 온 일행들은 "평소 그러지 않은데, 류씨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