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관람객들은 "만경대 유희장 놀이기구에는 녹이 잔뜩 슬어있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놀이공원에서는 반(反)정부 인사들의 무덤에서나 풍길 음산한 공기가 맴돌았다.”

프리랜서 기자 알렉스 호반(Hoban)은 최근 서방 관람객들과 함께 북한의 ‘만경대 유희장(遊戱場·놀이공원)’을 다녀온 뒤 이렇게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호반 기자가 본 북한 놀이공원의 장점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평양 만경대 유희장을 찾은 서방 관람객들을 맞이한 것은 잔뜩 녹이 슨 놀이기구들 뿐이었다.

서방 관람객들이 만경대 유희장을 찾자, 놀이공원 직원들은 급히 롤러코스터를 점검했다.

“평양의 놀이공원은 1년 365일 무휴(無休)로, 사람들이 항상 북적댑니다.”

서방 관람객을 이끈 북한 안내원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만경대 유희장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북한 안내원은 심지어 놀이공원에 도착한 서방 관람객 일행을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다. 호반 기자는 “20분 정도 지나고 나서야 우리 일행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깨달을 수 있었다”며 “한 무리의 북한 사람들이 놀이공원이 북적이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원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놀이동산’이란 조롱까지 받았던 만경봉 유희장에서 호반 기자 일행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이들이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 이 놀이공원 직원들은 헐거워진 나사 몇몇을 급하게 망치로 통통치며 점검했다.

억지로 동원된 북한 사람들이 만경대 유희장을 북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프리랜서 기자 호반은 설명했다.

호반 기자는 “롤러코스터가 안전한지 알아보기 위해, 북한 관리자들은 동원된 북한 관람객들을 먼저 ‘시험용’으로 태워 보내기도 했다”며 “이들이 무사히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우리를 롤러코스터에 탈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그는 “‘소모품’처럼 쓰이는 북한 사람들을 보고 씁쓸했다”고 했다.

데일리메일은 서방 관람객들 사이에선 “북한 놀이기구는 안전띠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채 운행된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놀이공원 화장실은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치워지지 않은 용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놀이공원 내 화장실은 한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듯 치우지 않은 용변이 그대로 남아있어 불결했다.

한편 북한 평양 인근에는 놀이공원이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 세 곳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혁명 유적지 만경대 인근의 ‘만경대 유희장’ 과 ▲모란봉 구역에 있는 ‘개선청년공원 유희장’ ▲평양 외곽 중앙동식물원과 함께 있는 ‘대성산 유희장’이 그곳이다.

이번에 호반 기자가 찾은 만경대 유희장은 1982년 개장했으며, 50여종의 놀이시설과 옥외수영장, 작은 동물원까지 갖추고 있다고 알려졌다. 하루 최대 10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개선청년공원은, 인근에 개선문이 있어 ‘개선’이란 명칭이 앞에 붙었다. 평양 놀이공원 중에서는 가장 늦은 1984년 문을 열었고, 작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마쳤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이 공원을 시찰하기도 했다.

평양 외곽 중앙동식물원과 함께 있는 대상선 유희장은 북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규모는 약 18만㎢로, 시설은 낡았지만 뛰어난 경관이 자랑거리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