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팬들은 그들의 영웅 '헐크'를 잊지 않고 있었다.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오후 대구시민야구장. 경기를 앞두고 SK 선수단 버스가 도착하자 입장을 기다리던 삼성 팬들이 누군가를 보고 우르르 모여들었다.

"만수 형님!"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고향 팬들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몇몇 삼성 팬들은 "꼭 우승하이소"라며 이 감독대행을 응원했다. 이를 본 한 중년 여성은 "삼성 유니폼 입고 SK 편들면 우짜자는기고…"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대구구장의 관중에게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이만수 SK 감독 대행.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 감독대행은 대구구장에 온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내가 자란 곳에 오니 기분이 좋다"며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전날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는 "대구 팬들은 당연히 삼성을 응원하겠지만 그래도 어렵게 올라온 우리 팀도 응원해줬으면 좋겠다"며 고향 팬들의 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경기 개시를 앞둔 오후 5시 45분. 양측 선수단을 소개하는 시간이 되자 이 감독대행은 홈 플레이트 옆에 서서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대구 팬들은 삼성 선수들의 이름이 소개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SK 선수들을 소개할 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양팀 감독을 소개하는 순서가 됐다. 이 감독대행의 이름이 먼저 호명되자 삼성 팬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막대풍선을 힘차게 두드리며 '돌아온 헐크'를 환영했다. 이 감독대행도 비로소 활짝 웃으며 모자를 벗고 고향 팬들의 격려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