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집필기준개발위원회(위원장 이익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이라는 구절에서 '한반도의 유일한'이란 표현을 삭제하는 시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학계에서는 그간 교과서 문제에서 수세에 몰리던 좌파 성향 학자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한다. '자유민주주의'란 표현에서 '자유'를 빼려다 좌절되자 '한반도의 유일한'을 새롭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지난 2002년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이하 금성교과서)가 출간되면서 역사 교과서 논란은 시작됐다. 당시 교과서는 광복군 등 우파의 독립운동보다 좌파 계열 독립운동에 비중을 두고 '남한만의 단독 정부가 세워진 것은 통일민족국가의 수립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뜻한다'고 서술했다. 이 교과서는 노무현 정부 때 전교조 교사들의 지원을 받으며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전국 고교에서 50% 이상의 채택률을 기록했다. 우파·보수 성향 지식인들은 우리 역사를 '기회주의가 득세한 실패의 역사'로 규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박효종·이영훈·전상인 교수 등은 2005년 '교과서 포럼'을 창립, 2008년 대안 교과서를 냈다.
이명박 정부가 들면서 좌편향 교과서는 수세에 몰렸다. 2008년 10월 교육과학기술부는 금성교과서 등 좌편향 교과서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 6·25전쟁 발발 원인, 이승만 정부 폄하 등에 관련한 서술 55개 항목의 수정을 권고했다. 금성교과서 집필진은 법원에 수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발했으나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은 "교과서 수정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던 '한반도의 유일한' 표현을 지금 들고 나온 것은 '더 이상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 강규형 명지대 교수(역사학)는 "김대중 정부 때인 1998년 '건국 50주년' 기념 행사를 할 땐 별 반응이 없다가 현 정부 들면서 '건국 60주년' 표현을 문제 삼은 것처럼 좌파 진영이 밀리지 않으려 '꼼수'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사 연구가 본격 시작된 1980년대 브루스 커밍스 등 수정주의 사관(史觀)으로 배운 학자들이 대학의 중심 학자로 성장한 것도 배경이라는 지적. 허동현 경희대 교수(한국근현대사)는 "교과서는 국민 통합과 국가 정체성에 관한 문제임을 정부가 직시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