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가 흩뿌리며 쌀쌀해진 24일 오전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 드림듄스 코스(7홀). 골프 선수 대부분이 주말 대회를 끝내고 쉬는 월요일에 한국 골프의 스타급 남녀 선수 38명이 이곳에 모였다.
최상호(56)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은 "오늘 아주 특별한 대회가 열리는 날이고, 이렇게 여자 선수들과 대회에 참가해 경기하는 것도 오랜만"이라며 웃었다. 13세 이상 지적·자폐성·발달 장애 청소년 60명이 참가한 제1회 포트메리온배 지적 장애인 골프대회가 열린 날이다.
이날 참가한 청소년 60명은 프로 또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골퍼와 짝을 이뤄 필드에서 플레이하거나 퍼팅 대회 등 이벤트에 참가했다. 연예인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등 총 120명이 대회를 도왔다. 골퍼들을 포함해 모두가 무보수 자원봉사다.
코스에 들어선 아이들이 잔디를 밟고 펄쩍펄쩍 뛰자 골퍼 정일미(39)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강욱순(45)과 이인우(39), 박상현(28), 홍란(25), 지유진(32), 조윤지(20), 장하나(19), 전인지(17) 등 이날 함께한 골퍼들은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아이들의 몸놀림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듯했다. 강욱순은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처음엔 자꾸 코끝이 찡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정말 골프를 즐겼다. 공을 못 치고 헛손질하거나, 코앞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경우가 많았다. 물이나 벙커에 빠뜨리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잘 안 돼요." "괜찮아. 누나도 처음엔 너보다 못 쳤어." "저기까지 치면 되나요?" "그래, 끝까지 공을 보고 쳐. 똑바로 쳐서 페어웨이로 가야 좋은 친구를 만나는 거야."…. 제대로 스윙을 하는 아이들에겐 "너 프로 해도 되겠다"는 격려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궂고 차가운 날씨에도 연신 웃었다.
행사를 마련한 서울시골프협회 김호진 부회장은 "내 조카도 장애가 있는데, 골프를 배우면서 정말 많이 발전했다"며 "더 많은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통해 사회와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회 안내를 맡은 스카이72골프클럽 김유진 매니저는 아이들이 대회를 앞두고 복지관 주차장에 매트를 깔고 연습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을 휴대폰에 담아두고 있다. 그는 "사람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오래 걷기 힘들 정도로 체력이 약하고, 잠시도 한곳에 눈을 고정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골프공을 치려고 집중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대회를 마친 아이들이 감사의 뜻을 담은 그림과 편지를 전하자 골퍼들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자기와 함께할 골퍼들의 사진을 보고 아이들이 미리 그려온 '초상화'다.
김호진 부회장은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기에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고, 최상호 부회장은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