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 한미FTA 반대 시위대가 워싱턴 원정시위를 예고하자 주미(駐美) 한국대사관은 두 가지를 각별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폴리스 라인(police line·질서 유지선)'을 넘으면 바로 체포·구금당한다는 것과, 워싱턴 포토맥강에 뛰어들면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는 것이었다. 한국 시위대는 미국 경찰의 엄격한 폴리스 라인 정책은 알고 있었지만 강에 뛰어들지 말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미국 경찰은 한국 시위대가 2005년 홍콩에서 반(反)세계화 시위를 하면서 바다에 뛰어든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곤 한국대사관에 "시위대가 포토맥강에 뛰어들면 자해(自害) 시도로 간주하고 시위자를 정신병원에 보내겠다"고 알려왔다. 대사관 측은 시위대에 "정신병원에 가면 장기간 검사를 받는다. 폴리스 라인 침범보다 더 오래 구금된다"고 했다. 한국 시위대는 폴리스 라인을 준수했고 강에 뛰어들지도 않았다.
▶정부는 1999년 평화시위를 정착시키겠다며 '무(無)최루탄 원칙'과 함께 '폴리스 라인'을 도입했다. 그러나 최루탄만 사라졌고 폴리스 라인은 지켜지지 않았다. 궁리 끝에 경찰은 폴리스 라인 대신 비무장 여경(女警)들을 내세운 '립스틱 라인'을 고안했다. 시위대가 여경에게도 욕을 하고 폭력을 휘두르자 경찰은 2007년 여경들을 철수시켰다. 여경들은 작년부터 다시 폴리스 라인을 들고 시위현장에 투입됐지만 "감정 표현을 하지 말고 맞아도 참으라"는 명령이 따랐다.
▶'집시법' 13조는 "경찰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최소한의 범위를 정해 질서유지선을 설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이 엊그제 "도로점거를 비롯한 불법행위를 계속하면서 폴리스 라인마저 침범할 경우 별도 해산절차 없이 물대포를 쏘라"는 가이드라인을 전국 경찰에 내려보냈다. 시위단체들은 "국민 기본권은 법률로 제한해야 하는데, 경찰이 자체 가이드라인으로 집회를 원천 금지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폴리스 라인을 상당 시간 침범하거나 훼손·제거하는 사람은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게 돼 있다. 그러나 시위대는 법을 무시했고 경찰은 법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경찰이 그간 시위대의 차도 점거와 교통·영업 방해를 엄단하겠다고 말해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실현하지 못하는 엄포는 시위대의 불법행위만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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