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은 21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다음 달 20일 퇴임하는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54·사법연수원 12기)과 박보영 변호사(여·50·16기)를 임명 제청했다.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전주여고·한양대 법대를 나온 박 변호사가 대법관에 오르면 김영란 전 대법관(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전수안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되고, 한양대 출신 첫 대법관이 된다.

김용수 한양대 대외협력처장은 "대법관 후보에 한양대 출신이 뽑혔다는 건 그만큼 한양대가 법조계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며 "동문들이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양대 출신 1호 법조인은 손용근 전 사법연수원장이며,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판사 출신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 양인석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등도 한양대를 나왔다. 대부분 성적은 좋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한양대에 들어가 장학금으로 공부해 성공한 경우다.

한양대 출신으로는 최초의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박보영(50) 변호사. 그는 판사와 변호사로 활약하면서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버스회사를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1987년부터 17년간 법관으로 있으면서 서울가정법원에서만 세 차례 근무해 가사(家事) 사건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불교 신자인 그는 매일 저녁 108배를 하고 차(茶)를 즐긴다. 판사 시절엔 다기(茶器)를 사무실에 갖다 놓고 손님이 오면 대접했다고 한다. 선배 법관은 그에 대해 "양반집 규수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평탄하던 그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 건 2004년. 한양대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그해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직을 버리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그는 남편을 계속 뒷바라지하다가 얼마 전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의 이혼 사건을 다루는 가사 사건 전문 변호사가 이혼의 아픔을 겪은 것이다.

그는 변호사 시절 돈을 벌려고 소송을 권유하는 변호사들과 달리 이혼하려는 이들에게 조정이나 합의를 권했다고 한다. 그런 자신이 왜 이혼했는지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법관 후보가 되면 이혼 사실이 알려져 전 남편에게 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때 대법관 추천을 고사했으나 선후배들의 설득으로 뜻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회가 여성들의 육아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판사 시절 전업주부에게 분할되는 재산 비율이 30~40%에 불과하다는 것을 통계로 밝혀 비율을 50%까지 늘리는 데 기여했다. 자녀 3명을 모두 대안학교에 보낸 그는 "사회생활을 하느라 좋은 엄마가 못 됐다"며 "멀리 보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덕 대법관 후보

그와 함께 대법관 후보에 오른 김용덕 차장은 서울 출신으로 경기고·서울 법대를 나왔으며, 법원행정처 법정국장, 서울고법 수석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4년 3개월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냈을 만큼 재판과 법리에 정통하다는 평을 받는다. 법률가들의 필독서인 '민법주해' '주석 민사집행법'을 공동 집필했다. 경기고 재학 시절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사법연수원도 수석 졸업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달 말 대법관 구성에 대해 "다양한 모양새도 중요하지만 고도의 법률적 소양과 경험을 갖춘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양화를 위한 선택이 박 변호사, 법적 소양과 경험을 중시한 인선이 김 차장인 셈이다.

현재 대법관 14명은 김지형(원광대) 대법관을 제외한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며, 여성 대법관은 전수안 대법관 한 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