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얼마 전 한 학부모의 편지를 받았다.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여선생님이 5학년 교실 음악시간에 너무 무질서해서 한마디 했더니 한 아이가 리코더로 선생님을 때리려 했고, 그 여선생님은 "네가 그걸로 때리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일을 목격한 자녀에게 전해듣고 개탄하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우리 학교는 지금 교육의 둑이 무너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학생 10명 중 6명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욕을 배우기 시작해 65%가 매일 욕을 하는 등 욕설이 습관화된 현실, 교사 10명 중 8명이 체벌금지 이후 생활지도 불응 학생이 증가하고 교내질서가 붕괴됐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올바른 교육, 훌륭한 선생님'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아닐까 싶다. 현재의 교육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학생 인권과 교권(敎權)의 조화 속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학교의 본질을 찾지 않으면 선진국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이후 겪었던 교실붕괴 현상을 고스란히 답습해 수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직사회 스스로 기존의 학생지도 방식에서 탈피하여 권위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학칙(學則)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늘어감에 따라 학생지도가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탄만 하고 잘못된 길을 가는 제자를 외면할 것이 아니라 시대상황에 맞는 독창적인 학생 지도방식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당국은 학교 현실과 교사의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권 추락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교실붕괴 현상이 점점 심화된다.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스스로 논의해서 학생교육과 생활지도에 대한 교칙을 만들고 반드시 이를 지키게 하는 시스템 개혁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한 학교 내외에서 인권에 대한 바람직한 개념정립도 필요하다. 물론 소중한 인격체인 학생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인성(人性)을 함양하는 곳이고, 다른 학생과 교사의 권리를 위해서는 다소간의 인권제약 또한 필요하다. 인권은 무한대의 자유가 아니라 의무가 수반되는 쌍무적 관계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교육시켜야 한다. 학교도 작은 사회라서 상(賞)과 벌(罰)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성인이 돼서도 남의 권리를 존중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민주시민이 될 수 있다.

학교 교실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가정과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학생교육의 두 축이 가정과 학교라는 점에서 학생의 인성교육에 있어 가정은 일차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정에서 귀하게만 자란 아이들이 교실에서 자기 권리만 내세우면 교실은 무너지게 된다. 교육기본법 개정을 통해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학생교육에 대한 공동책임을 지게 하자는 주장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교사는 학생을 사랑하고 열정과 전문성으로 교육에 임할 의무가 있다. 더불어 교사가 학생교육을 위해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받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권이 조화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선진국처럼 큰 시행착오와 교육적 폐해를 경험한 후 이를 바로잡기 위해 몇 배의 사회적 부담을 감수하며 '만시지탄(晩時之嘆)'을 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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