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인대회에 참가했다가 "성상납 제안을 받았다"고 주장한 에이미 윌러튼.

“잠자리를 함께하면 미인대회에서 수상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는 바로 돈을 내밀고 무마하더군요.”

한국이 각국에서 50명의 미녀를 초청하는 미인대회를 개최하고는, 참가자들에게 성 상납까지 요구했다는 이 대회 영국 참가자의 주장이 나왔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출신 에이미 윌러튼(Willerton·19)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2011 미스아시아퍼시픽월드' 대회에 참가했다가 3일 만에 영국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이 대회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만든 이 미인대회는, 동아시아에서 활동할 수퍼스타 연예인을 뽑는다는 취지로 올해부터 시작됐다. 조직위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대회 참가자들은 10월 1일 한국에 입국해 서울·대구 등에서 행사를 갖고, 15일 부산에서 최종 결선을 치렀다. 우승 상금은 2만 달러(2300만원)였다.

윌러튼은 미스 브리스톨, 미스 웨일스대 등의 자격으로 이 대회에 출전했으며, 이 대회 조직위 측이 접촉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BBC 방송에 “대회 조직위 측은 침대도 없는 방에 우리를 몰아넣었고, 우리에게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우리는 곧바로 항의했지만, 조직위 측에서는 ‘만약 불평을 들어놓으면 수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윌러튼 등 50명의 대회 참가자들은 하루에 한 끼 식사만 받았다. 조직위는 참가자들이 점심값을 내지 않아 점심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게 윌러튼의 주장이다.

미스 아시아 태평양 미인대회에 참석한 에이미 윌러튼(맨 왼쪽)은 대회 조직위측이 자신이 이 행사를 포기하고 떠나려는 것을 막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윌러튼은 성추행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윌러튼은 조직위 측 사람 2명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전했다. 한 명은 자신의 상의를 벗기려 한 적도 있었고, 또 다른 한 명은 행사 스폰서 업체와 사진을 찍으면서 ‘부적절하게’ 자신의 몸에 손을 데려고 한 적이 있었다고 윌러튼은 주장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라고 말한 조직위 사람들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은 이 질문의 대답이 ‘성관계 요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윌러튼은 주장했다. BBC는 이 대회 조직위가 참가자들에게 수상을 미끼로 성 상납과 금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윌러튼은 미스 가이아나와 미스 코스타리카도 결국 부패한 조직위에 견디지 못하고 자신과 함께 대회를 중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윌러튼은 본선 대회에 앞서 희망자들만이 참석해서 치러진 '장기(talent)' 경연에서 미스 베네수엘라가 수상을 했는데, 그는 장기 경연에 참가하지도 않았다고 수상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윌러튼 등 몇몇 참가자들은 조직위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윌러튼은 “경찰이 출동했지만, 대회 조직위 임원은 곧바로 지갑을 꺼내 들고 돈을 건넸다”며 “이들은 신고한 미인대회 참가자들을 뒤로 밀쳐서 말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윌러튼은 “통역사는 우리의 말을 전혀 통역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완전히 무기력했다”고 영국 언론에 말했다.

월러튼은 비행 경비를 보전해주겠다는 준비위 측 약속을 받고 영국으로 되돌아갔지만, 조직위는 여행 경비 환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윌러튼은 결국 이 대회 수상자가 미스 코리아에게 돌아간 것도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윌러튼은 애초 대회 조직위 측이 항공료를 비롯한 모든 경비를 부담한다는 약속을 받고 지난 3일 서울에 도착했지만, 대회 조직위 측은 600파운드의 항공료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부분에 대해 내부 조사 중"
BBC는 이 대회 조직위 최영철 발기인이 참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이번 대회는 (국내 여러 조직위 중에서 대구 조직위 때문에) 완전히 망했다(totally destroyed)"며 사죄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메일에서, 최 발기인은 “이번 대회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사과한다. 나는 대회가 벌어지고 나서야 어떤 일이 발생했다는지 들었다. 참가자들 모두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보상금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썼다.

하지만 최 발기인은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성추행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도 “외국 참가자들이 한국적인 인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서 벌인 해프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을 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성 관계 의혹까지 제기하며 일부 부풀린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미인대회라는) 대회 성격상 여러 번 리허설을 실시했는데, (스케줄이 빠듯해)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식사를 못 할 경우도 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발기인은 “대구 조직위 측 등에서 참가자들이 묵는 호텔 방값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대회 운영에 허점을 보였다”며 “이 때문에 호텔 지배인들이 참가자들과 조직위 사람들을 야반도주 못하게 지키고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참가자들이 이를 오해해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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