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보기관의 수장인 베르나르 스카르시니 국내중앙정보국(DCRI) 국장이 일간지 르 몽드의 기자들을 사찰한 혐의로 17일 파리 법원에 출두해 신문을 받았다. 스카르시니 국장은 지난해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88)의 불법 대선 자금 제공 스캔들 보도와 관련해서 르 몽드에 제보한 취재원을 알아내기 위해 기자들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불법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내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유력 일간지 르 몽드와 사르코지 대통령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월 르 몽드는 2007년 대선 당시 베탕쿠르가 여당의 재정위원장이었던 에릭 뵈르트(55) 전 노동부 장관에게 현금 15만유로(2억3000만원)를 전달했으며, 이 가운데 당시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전달할 돈도 들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뵈르트 전 장관의 아내가 베탕쿠르의 재산관리 직원으로 취직해서 연봉 수십만유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 간 첨예한 정쟁으로 번졌다. 뵈르트는 2007년 대선 당시 700만유로(110억여 원의 모금 실적을 올렸으며,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예산장관과 노동장관을 지내는 등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실체 없는 모략"이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지난달 프레데릭 페슈나르 경찰청장이 해명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DCRI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논란이 확산됐다. 같은 달에는 대선 자금 스캔들을 취재했던 르 몽드 기자 2명이 관련자 27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사르코지가 나를 죽였다'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사흘 만에 1만5000부가 팔려나가면서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