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돈으로 의원들을 사고 있다."

한 달째 미국 뉴욕의 월가에서 금융계의 탐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가 기업과 정치인들 간의 관계를 개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14일 시위대는 월가의 금융 기업들이 막대한 후원금으로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평론가 샐리 콘도 "시위대 사이에서 수많은 구호가 난무하지만 정치와 돈의 관계를 개혁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미국 시민들의 정치모임인 '커피파티(Coffee Party·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하나)'는 지난달 말부터 정치인들이 기업으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온라인 청원에는 지난주까지 19만명 이상이 서명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위대의 요구가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후원금을 받아온 의원들이 스스로 정치후원금을 제한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후원금 백서(白書)를 발행하는 워싱턴의 책임정치센터(CRP) 분석 결과 월가의 금융기업들은 1998~2008년까지 50억달러(약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후원금으로 내놓았다. 2008년 상원의원들은 월가에서 평균 약 104만달러(약 11억8500만원)를 받았고 하원의원들은 약 14만달러(약 1억6000만원)를 지원받았다. 월가가 제공한 후원금 2억2500만달러(약 2560억원) 가운데 74%가 상·하 의원들에게 갔다.

월가의 정치후원금은 특히 월가의 기업 활동과 관련된 상업·은행·금융·예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됐다. 이 위원회에 소속된 하원의원 중 월가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의원 10명은 평균 150만달러(약 17억원)를 받았다. 하원의원이 월가로부터 받은 후원금 평균의 10배가 넘는 돈이다. 월가가 자신들의 기업활동에 유리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몰아준 것이다.

월가는 관련 상원위원회 의원들과 대통령 후보들에게 평균 1430만달러(약 163억원)를 제공했다. 2008년 의회 선거 때 월가의 돈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 40명의 후보는 모두 현역 의원이었다. 월가는 공식 로비자금으로 1998~2008년 사이 33억달러(약 3조7600억원)를 사용했다. 2007년 월가가 고용한 로비스트만 2996명에 달했다. 그중 142명은 전직 행정부 고위 관료 또는 의원 및 의회 참모 출신이었다. 이들이 주요 정부 관료와 접촉해 로비 활동을 펼쳤다고 CRP는 전했다.

월가의 시위대는 이 같은 월가의 돈과 권력 남용을 비판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노동자 리처드 코아테스는 "정부 정책이 기업들의 입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이 문제"라며 "정치자금과 뇌물의 차이가 무엇이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