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업체들의 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고발과 소송이 난무하다 보니 업계 1위를 법원이 결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혼 남녀를 맺어주고 잘 살게 해주어야 할 이들 업체들은 왜 이렇게 다투는 것일까.
결혼을 중개하는 '중매 기업'의 출발점은 1986년 8월 설립된 에코러스라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커플매니저를 두었고 당시 PC통신망인 천리안·유니텔·하이텔·나우누리를 통해 배우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91년 11월엔 '좋은만남 선우'가 문을 열었다. 선우는 '1등 신랑신부감' 등 각종 튀는 기사 자료로 주목을 받았다. 1995년에는 현재 업계 강자로 알려진 듀오정보가 문을 열었고, 1998년엔 재혼 전문업체인 행복출발이, 1999년엔 닥스클럽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다자간 경쟁 구도가 성립됐다. 여기에 2006년 가연이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설립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기에 결혼정보업체는 현재 1400개가 난립하고 있다. 이 중 국내 영업을 전문으로 한 업체가 800개쯤 되며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한다. 시장 연매출이 1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업체의 한 해 매출이 1억원도 안 되는 '구멍가게' 수준이라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기업의 틀을 유지하는 업체는 기껏해야 10여개에 불과하다.
사업 분야가 '결혼'이다 보니 고객들은 업체의 신뢰도를 꼼꼼하게 따지게 마련. 손님 많은 식당의 음식 맛이 좋아 보이는 것처럼 회원 많은 업체로 고객이 몰리는 게 이 업계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대형업체들은 저마다 자신이 '1위'라고 주장해 고객을 끌어들였고, 경쟁업체가 이에 반발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첫 싸움은 2004년에 벌어졌다. 당시 선우는 '결혼정보업계 3관왕'이라는 제목으로 '결혼 커플 수 1위' '결혼 성공률 1위' '교제 성공률 1위'라는 광고를 냈다. 발끈한 닥스클럽이 허위 과장 광고라며 선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당시 공정위는 "경쟁업체와 비교 자료를 통해 입증되어야 사용 가능한 표현"이라며 선우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의 시장 조사결과가 공개됐는데 선우의 시장점유율은 17%로 나왔으나 1위 업체는 시장점유율 62%를 기록한 듀오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액도 선우는 42억원이었고 듀오는 154억원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선우측은 당시 '회원 수 1위' '성혼 회원 수 1위'라고 광고하던 듀오에 대한 조사를 공정위에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톡톡 튀는 이벤트와 '전통'을 내세웠던 선우의 자존심이 많이 깎이는 사건이었다"면서 "선우는 당시 공정위 조사결과를 지금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선우는 2009년에도 듀오를 공격했다. 성혼 커플 수, 점유율, 회원 수를 검증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데도 5년 전 공정위 자료를 인용해 '1위 광고'를 한다면서 듀오 대표를 경찰에 고소했다. 당시 듀오 관계자들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양측의 앙금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
실제로 작년 3월 듀오가 "업계 최초로 2만 번째 성혼 회원이 탄생했다"고 발표하자 선우는 즉각 "우리는 이미 2년 전 성혼 회원이 2만명을 넘었다"고 맞섰다. 아울러 선우는 듀오를 상대로 "'회원 수 No.1, 성혼 커플 수 No.1'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며 광고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법원은 선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듀오의 광고는 허위 광고 또는 부당하게 비교하는 광고에 해당한다"며 "광고가 계속될 경우 선우가 손해를 입게 될 염려가 있으므로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쟁은 올해 들어 더욱 격화됐다. 이번엔 듀오와 닥스클럽이 연합해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가연을 상대로 광고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가연의 '결혼 정보 분야 1위(랭키닷컴 기준)' '다음랭킹 결혼 정보 분야 1위(2010.8)' '20만 회원이 선택한 서비스' 등의 광고를 문제 삼았다.
법원은 그러나 인터넷 사이트 접속자 순위를 매기는 랭키닷컴의 1위 광고에 대해선 특정 시점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광고 금지 결정을 내렸으나 나머지 가연의 광고에 대해선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에 허위 과장 광고로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듀오 등은 가연의 대표이사를 형사 고소했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가연 역시 가만 있지 않았다. 듀오가 공정위의 표준약관을 쓰지 않는데도 표준약관을 쓰는 것처럼 허위 광고하고 있고 조사기관이나 시점 등을 밝히지 않은 채 '고객만족도 1위' '압도적인 회원 수'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 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근거나 기준이 없는 광고"라는 게 가연의 주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주전선이 '듀오-선우'에서 '듀오-가연'으로 옮겨졌을 뿐 각종 분야 1위를 둘러싼 분쟁 강도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업체들이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데는 실적을 검증할 만한 기관도 없고 서비스의 질을 평가할 만한 객관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액의 경우도 2004년 '전쟁' 과정에서 조사된 공정위 자료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매년 매출액을 발표하는 업체는 듀오 한 곳뿐이다. 듀오의 작년 매출은 244억원이었는데 순수 결혼 정보 분야 매출은 16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은 규모가 작아 매출액을 공개할 필요가 없다. 업체의 인기도를 일부 반영하는 랭키닷컴 순위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1·2위 자리를 놓고 듀오와 가연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법원은 듀오 등이 1위라고 주장하는 '성혼 회원 수'에 대해서도 "비교 대상 및 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계산방법에 따른 자료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결혼을 하고도 성혼비를 내지 않기 위해 결혼 사실을 속이거나 탈퇴를 해버리는 회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듀오측은 "1위를 물고 늘어지면 최소 2위는 되어 보이는 심리를 이용해 다른 업체들이 계속 듀오를 걸고넘어지고 있다"고 했으며, 가연측은 "급성장에 대한 선발업체의 견제와 질시가 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