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술 충남대 의대 교수, 대한외상학회 정책위원장

아덴만 작전에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 치료를 계기로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매년 3만여명이 외상으로 사망하고 있지만, 이 중 1만여명은 외상 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살 수 있는 환자다. 우리나라 외상 환자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30% 정도로, 선진국의 10~20%보다 높다. 더욱이 외상으로 인한 죽음은 40대 이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활동이 왕성한 생산 계층으로,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중증 외상 환자는 대개 생명이 위급할 만큼 신체 여러 부위를 동시에 다친다. 이 때문에 일반 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 자원이 필요하며, 발생 초기에 정확하고 신속한 처치가 생존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외상 발생 지역 부근의 의료기관 처치 능력에 따라 환자의 치료 결과와 생명 유지 여부가 현저히 달라진다.

하지만 병원 처지에서 외상 처치는 일반 질병보다 수익성이 떨어져 기피 대상이다. 민간 의료기관이 대다수인 우리나라에서 적자 운영이 확실한 외상센터를 설립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의사들도 의료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고, 야간 응급 업무가 많아 외상 환자 진료를 꺼린다. 그러다 보니 지역 응급의료센터 이상 규모 병원 중 24%만이 24시간 외상 환자 진료를 한다.

이제 중증외상센터 설립이 정말 시급하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에 중증외상센터 15개소를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각 센터에 외상 전용 중환자실과 혈관조영실 등을 설치하기 위해 80억원, 외상 전담 전문의 배치를 위해 최대 27억원 등을 국비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 지원으로 중증외상센터를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외상 환자를 더 방치할 수는 없는 게 현재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와 의료계 일부에서는 중증외상센터 규모를 크게 늘리느니 마느니 하면서 지루한 논쟁만 하고 있다.

중증외상센터 설립 준비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가,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면 백지화했다.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하여 살릴 수 있는 외상 환자를 죽게 방치한다는 것은 스스로 국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석 선장 사고'를 계기로 예산을 겨우 확보하여 건립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만도 다행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국회와 정부, 의료계의 역할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