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명품 활을 만드는 게 목표죠. 우리 전통 활과 세계 각국 활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활박물관을 만드는 게 평생의 꿈입니다."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에서 '송무궁'을 운영하는 박도민(65)씨는 20여 년간 개량 각궁의 연구·제작 및 국궁 저변 확대에 힘써온 장인이다. 송무궁은 개량 각궁(角弓·소 뿔과 대나무 등으로 만든 활) 전문 제작업체로 개량 각궁은 전통 각궁보다 탄성이 좋고 충격 흡수가 뛰어난 장점이 있다.
박씨의 제품은 물소뿔과 인조 뿔, 카본, 대나무 등 다양한 재료로 활을 만들어 국내 국궁인들 사이에 널리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몽골 등 해외까지 입소문이 나 제작 주문이 밀려들 정도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배우들이 사용한 활도 박씨가 만든 것들이다.
충남 금산이 고향인 박씨는 어릴 때 마을 어른들이 활터에서 활 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성인이 돼 고향을 떠난 박씨는 농기계 제작기술을 익혀 전남 나주에서 농기구 제작업체를 운영, 큰 돈을 벌었다. 이후 자녀 교육을 위해 광주광역시로 이사한 뒤 공장을 정리하면서 다소 한가해졌다. 1988년 국궁에 입문한 박씨는 공장을 운영하다 허리를 다쳐 요통에 시달렸지만 활을 쏘면서 건강이 좋아졌고, 국궁 예찬론자가 됐다.
"어릴 적 동경했던 활쏘기 매력에 푹 빠진 뒤 내게 꼭 맞는 활을 직접 만들고자 도전한 게 제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됐죠."
박씨는 1989년부터 여러 재료와 방법으로 전통 각궁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 3년여를 꼬박 바쳤다.
"활 제작에 미쳐 사업으로 번 돈을 쏟아붓자 가족들이 반대했지만 제 의지를 꺾지는 못했죠."
박씨는 중국, 몽골 등을 수시로 드나들며 각국 활의 특징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습도에도 변형이 없고, 탄력성과 안정감을 강화시킨 활을 개발했다. 활을 쏠 때 전달되는 충격이 적고 유연성이 높아 비거리를 140m까지 크게 늘린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1990년대 초반부터 박씨가 만든 개량궁은 궁사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선 1990년대 중반 박씨가 제작한 개량궁을 지역 대표상품으로 선정, 전시공간을 마련해줄 정도였다. 1999년 고향인 금산에서 가까운 대전시 비래동 작업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씨는 개량궁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고집스런 도전 끝에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는 명인 반열에 올랐다. 그의 활은 중국, 몽골 등 동남아시아 30개국 애호가들로부터 주문제작을 받아 수출도 한다.
누가 크게 알아주지 않지만 고집스럽게 개량궁 개발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 대한명인회로부터 '명인' 인증을 받았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으로부터는 품질인증업체로 지정됐다.
국궁 경력 25년째로 대전에서 국궁 사범을 맡고 있는 김희태(65)씨는 "박씨의 활은 여러 국궁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활 제작공정은 우선 약품 처리와 건조를 거친 대나무와 물소뿔 등을 얇게 켜 8겹으로 겹쳐 접착한 뒤, 압축해 활의 형태를 잡는다. 이어 탄성 및 세기측정, 균형을 잡는 해궁, 단장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공정마다 혼신을 기울이지 않으면 버려지기 일쑤다.
"수년간 건조한 대나무 등 재료를 갖추고 활 하나를 만드는데 최소 5일 정도 걸리죠. 좋은 재료를 쓰려고 전남 보성의 질 좋은 대나무만 가져다 씁니다."
박씨는 "15년 전부터 둘째 딸 선미(36)가 개량궁 제작기술을 전수받고 있어 든든하다"고 했다. 딸 선미씨는 "대를 이어 명품 활 제작에 도전하고자 회사생활을 접고 기술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전통과 얼이 깃든 문화상품을 만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지만 아직도 만족하기엔 이르다"며 "최고의 활을 만드는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