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섹토피디아
휴 래플스 지음|우진하 옮김|21세기북스|656쪽|2만8000원

"종류가 셀 수 없이 많고 인간과 다르며 그들끼리도 너무나 다른 존재들, 너무나 평범하면서도 너무나 이국적인,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존재들. 몹시 사회적이면서도 고독한 존재들. 모든 것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추는 존재들.(…) 이 세상을 대표하지 않는 것 같지만 어디에선가 조용히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존재들."

이 존재는, 곤충이다. 미국 뉴스쿨(New School)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곤충의 생태가 아니라 전 세계를 누비며 곤충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풍경을 보여준다. 메뚜기떼의 습격으로 식량을 빼앗긴 니제르 주민을 만나고, 상하이에서는 전통의 귀뚜라미 씨름 현장을 중계하고, 방사능 오염으로 기형이 된 체르노빌의 곤충을 고발하고, '곤충기'의 파르브의 집도 구경시켜 준다. 그것도 A(air)부터 Z(zen and the art of zzz's)까지 알파벳 순으로 소주제를 정해 재미있게 엮었다. 곤충이라는 렌즈를 통해 본 요지경 같은 세상 이야기다. 책을 읽고 나면 지구의 주인은 곤충이고, 인류는 세입자(貰入者)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집주인과 잘 지내야 하는 세입자 말이다.

"호우아라(니제르에서 메뚜기를 부르는 이름)가 온 땅을 뒤덮었다. 놈들이 덤불숲에 내려앉았다. 맨땅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농작물도 보이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현장을 둘러본 관청 직원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기도나 올리라고 말했다. 오후에 살충제 살포 비행기가 왔다. 그러자 메뚜기는 비행기를 덮쳤다. 메뚜기들은 매일 아침 정확히 8시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저녁 6시가 되면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사흘째 되는 날, 메뚜기들은 떠났다. 밭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놈들이 몽땅 먹어치운 것이다. 하지만 대신 무엇인가를 남겨두고 갔다. 2주일이 지난 후 알이 부화하자 땅 위에 메뚜기들이 기어 나왔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다."(359쪽)

사하라 사막 남부의 가난한 나라 니제르의 한 마을 추장은 담담하게 메뚜기의 습격상황을 털어놨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니제르에선 메뚜기가 주요 식품, 그것도 비싼 음식재료라는 점이다. 2008년 1월 저자가 니제르 수도 니아메를 방문했을 때 상인들은 길거리에서 법랑 양푼에 담은 메뚜기를 1000세파프랑에 팔고 있었다. 이 가격은 UN이 추산한 니제르 국민의 하루 벌이를 넘는 액수였다.(325쪽) 메뚜기는 사람 먹을 식량을 먹고, 사람은 메뚜기를 먹는 이상한(?) 먹이 사슬인 것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style="padding: 0 5px 0 0;"><a href= http://www.yes24.com/24/goods/5782756?CategoryNumber=001001017001007001&pid=106710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buy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span><a href=http://www.yes24.com/home/openinside/viewer0.asp?code=5782756 target='_blank'><img src=http://image.chosun.com/books/200811/pre_0528.gif width=60 height=20 border=0></a><

놀이 도구

중국 상하이에선 지금도 '귀뚜라미 씨름'이 성행한다. 당나라 때부터 기록에 등장하는 이 유서깊은 놀이는 문화혁명 기간에도 끊이지 않았다. 당연히 도박이 결부된다. 도박장에 도착한 '선수'들은 질병예방을 위한 진료를 받고, 개체량 검사를 하고 동급끼리 시합을 벌인다. 귀뚜라미의 무게를 재는 '젠(zhen)'이란 단위까지 있다. 서로 턱을 부딪치고 육탄돌격을 하며 싸움을 벌이지만 씨름에서 진 귀뚜라미의 운명은?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이런 귀뚜라미 시합장이 상하이에만 수천 개에 이른다고 한다.

벌레 퇴치? 함께 살아야

데이비드 던이라는 전위예술가는 나무 속에 마이크를 넣고 소리를 녹음한다. 미국 남서부 지방의 피년소나무에서는 와글와글하는 소리가 들린다. 좀벌레들이다. 지구온난화로 건조해진 날씨 때문에 피년소나무엔 세포 속 당분 집중 현상이 생겼고 이는 좀벌레를 불렀다. 던의 녹음기에서 좀벌레들의 소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간은 해충들을 퇴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매번 실패했다. 25년 전 노르웨이스웨덴에서는 유럽 가문비나무 좀벌레를 퇴치하기 위해 페로몬 함정을 이용해 70억 마리의 좀벌레를 잡았다. 그래도 좀벌레는 또 몰려왔다.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할지도 모른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503쪽) 또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파리 때문에 낮잠을 설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파리야말로 진정한 캘리포니아 주민이다. 놈들은 계속해서 4가지 주문을 반복한다. 이곳은 우리의 해변이기도 하다. 불완전함 속에서 사는 법을 배우라. 우리는 모두 하나다. 전체 세상을 향해 열린 아주 작고 좁은 문이다."(5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