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7일 취임 일성(一聲)으로 "구속영장제도의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영미(英美)식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한상대 검찰총장이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대법원장이 말한 보석조건부 영장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검찰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총장은 "지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원이 영장항고제(구속영장 기각 때 상급 법원에 영장 발급 여부를 묻는 제도)를 받는 대신에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를 도입하자고 해서 두 제도가 함께 논의된 적이 있는데 검찰 입장은 영장항고제에 찬성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석조건부 영장제 도입으로) 돈만 있으면 구속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이 "'유전석방 무전억류'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자, 한 총장은 "예"라고 답했다.

신임 대법원장이 역점을 두고 시행하려는 제도에 검찰총수가 이처럼 제동을 걸고 나섬에 따라 두 기관 사이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석조건부 영장제도는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보증금 납부나 주거 제한,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일단 피의자를 석방하는 제도다. 피의자가 조건을 이행하면 계속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조건을 어길 때는 이미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해 수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