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각) 벨기에 소재 은행 덱시아(Dexia)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그리스에 대한 투자나 대출 규모가 48억유로로 유럽 은행 중 가장 크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덱시아는 지난 8월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손실 처리함으로써 2분기에 40억3000만유로라는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그리스 정부는 전날 IMF(국제통화기금)·EU 등이 제시한 재정적자 목표치를 올해와 내년에 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수여 조건을 못 지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엔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됐고, 주가 급락을 가져왔다.

그리스 디폴트 우려는 미국 2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덮쳤다. 모건스탠리 주가는 지난 달 30일 10.0% 폭락한 데 이어 지난 3일에도 7.7% 미끄러졌다. 그리스 국채에 많이 투자한 프랑스 은행들에 대한 대출이 390억달러에 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3일 이 은행의 부도 위험 지표인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프랑스 은행들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제2의 리먼 사태' 우려가 다시 불거지자 뱅크오브아메리카(-9.6%)·골드만삭스(-4.7%) 등 대형 은행들의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월가의 저승사자'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란 고난도 과제를 안고 있는 장 클로드 트리셰 ECB(유럽중앙은행)총재가 3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2008년 은행 구조조정 반복되나

유럽 은행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원하는 가격에 회사채를 팔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유럽 은행들이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는 340억달러로 10년 만에 최저치였다. 유럽 은행들은 내년까지 약 8000억유로(1조800억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지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으면 자산을 팔고 대출을 회수해야 한다. IMF는 최근 유럽 은행들이 국가채무 위기에 따라 3000억유로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3년 만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2차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보다 차라리 '국유화'로 적극적인 회생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2008년 씨티그룹에 미국 재무부가 총 450억달러를 투입해 지분의 36%를 가지면서 국유화 방식을 택했다. 작년 씨티그룹은 다시 민간 금융지주사로 복귀했다. 최근 문제가 된 모건스탠리도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 미국 연방준비은행으로부터 가장 많은 긴급 대출을 받았고, 미 재무부가 자금을 투입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덱시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 정부가 출자해 주요 주주가 됐다. 한국은행은 "프랑스는 은행의 태생 자체가 국유 은행이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국유화 방안이 자연스럽게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 과장됐다는 주장도 커

하지만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크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 2월 모건스탠리가 프랑스 은행에 390억달러를 투자했다고 공시했지만, 이 은행이 위험에 대비해 헤지(위험 분산 투자)한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 익스포저(exposure·위험 노출도)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번스타인 리서치는 "헤지를 감안하면 모건스탠리가 프랑스 은행에 물린 금액은 20억달러 이하일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샌들러 오닐은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미국 대형 은행들은 위기를 이겨낼 현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2008년과 같은 사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모건스탠리 주식을 매입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 달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프랑스 은행들은 그리스 국채가 100% 휴지조각이 돼도 문제 없다"며 "그리스가 파산해도 손실이 나기보다는 배당금이 줄어드는 수준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