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아봐야 5주 남았습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 회원국들은 당연히 앞으로도 단일통화를 사용하고 은행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습니다.”

10월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회원국들에게 잔혹한 한달이 될 전망이다.

그리스 지원을 결정하는 굵직한 회동들이 잇따라 예정돼 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대규모 국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달간 유로존에서 불어오는 민감한 소식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변동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아시아 증시는 유로존 재정위기 불확실성으로 2~4% 폭으로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래픽=박종규

◆ “80억유로 없으면 그리스 당장 부도”

오는 13일(이하 현지시간) 그리스 1차 구제금융 중 6차분(80억유로)을 지원하기 위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열린다.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으로 꾸려진 트로이카 실사단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그리스 1차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 지원 여부가 결정된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한달 전 그리스의 방만한 경제운영에 대해 “넌더리가 난다”며 그리스를 떠났다가 지난 주 복귀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일 밤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8.5%로 잡은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는 2차 구제금융안 마련 당시 조건(GDP 대비 7.6%)보다 후퇴한 수준으로, 트로이카가 이에 동의했다고 그리스 정부는 밝혔다.

전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큰 만큼 80억유로 지원은 이뤄지겠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잖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는 80억유로가 없으면 당장 부도가 날 것”이라며 “그리스가 ‘딜’에 성공하면 앞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한) 포르투갈, 아일랜드까지 챙겨야 하는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달에 집중된 유로존 주요국의 국채 만기도 악재로 겹쳤다. 국채 상환을 위해 각국이 자금 회수에 일제히 나선다면 전세계 금융시장이 휘청일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14일에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각각 20억유로, 72억유로씩 돌아온다. 21일에도 만기 폭탄이 예정돼 있다. 포르투갈이 33억유로, 스페인이 100억유로, 그리스가 16억유로다. 31일에는 무려 141억유로 규모의 스페인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 EFSF 레버리지 논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레버리지안(案)도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EFSF 신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안이다.

현재 유로존 회원국들이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EFSF 확대안으로는 상황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ECB의 한 정책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썼던 방식을 본떠 EFSF 레버리지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회의에서는 EFSF 레버리지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와 한도 등을 논의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회원국간 이견도 예상된다. 레버리지화는 직접대출이 아니라 간접대출 형태이기 때문에 EFSF 자체 신용에 대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는 17일 이전에 이뤄지는 슬로바키아의 EFSF 확대안 표결도 숨겨진 변수다. EFSF 직접대출 규모를 4400억유로로 늘리려면 각 회원국 의회 승인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이제 네덜란드, 몰타, 슬로바키아 의회 표결이 남았다. 네덜란드에선 야당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통과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몰타에서도 승인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슬로바키아가 변수다. 그리스보다 가난한 슬로바키아에선 “방만한 경제운용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를 왜 지원해야 하느냐”는 반대여론이 높다. 제1야당(자유와 연대·SaS)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SaS가 반대하면 승인을 위한 과반은 충족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