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로 경영권을 상실했더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배상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전광식)는 신호제지(현 아트윈제지)의 엄정욱 전 부회장이 "적대적 M&A 과정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이충식 전 아람파이낸셜서비스(아람FSI)대표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전 대표와 신한은행은 엄 전 부회장이 상실한 경영권 프리미엄 245억3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통상 우호적 M&A의 경우에 지급되기 때문에, 적대적 M&A로 경영권을 상실한 대주주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법원 관계자가 말했다.
'신호제지 적대적 M&A사건'은 2005년 국일제지가 신호제지를 인수하면서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 사건이다. 당시 국일제지의 신호제지 인수를 사실상 주도했던 이 전 대표는 엄 전 부회장 등에게서 명의신탁 받은 주식 326만2000주 중 276만9000주를 최대 채권자였던 신한은행에 매각했다. 이후 신한은행이 국일제지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신호제지는 국일제지에 인수됐다. 당시 국일제지의 매출은 390억원, 신호제지의 매출은 5843억원이었기 때문에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2009년 2월 이 전 대표는 엄 전 부회장 등의 주식반환 요청을 거부하고 허락없이 신한은행에 매각한 혐의(횡령)로 서울고법에서 징역3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엄 전 부회장은 2009년 8월 "적대적 M&A 당시 경영권을 상실하면서 동시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상실했다"며 이 전 대표와 신한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우호적 M&A의 경우에 지급되는 것이지만, 엄 전 부회장은 이 전 대표와 신한은행의 공동불법행위 때문에 경영권을 상실했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에 상당하는 배상금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면서 "다만 당시 엄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의 비율(27.2%)만큼을 경영권 프리미엄 배상액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