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2일 "서울시장이 되면 2014년까지 서울시의 빚을 4조원 이상 줄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빚은 지난 4년간 7조8931억원이 늘어났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을 갚겠다며 구체적 방안을 내놓았다. 나 후보가 후보가 된 뒤 제시하는 첫 개별 공약을 부채 줄이기로 잡은 건 오세훈 전 시장 시절 빚잔치로 시 재정이 파탄났다는 야권 공세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야권은 민주당 박영선, 민노당 최규엽 후보와 박원순 변호사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든 공통의 정책을 밀고나가기로 하고 지난달 28일 정책합의문을 발표했다. 야권은 무엇보다 토목공사와 거대 프로젝트에 재정이 멍든 서울시정을 바로잡겠다며 전시성 토건 예산 삭감과 보편적 복지예산 확대, 뉴타운사업과 한강르네상스사업 재검토, 공공 서비스 일자리 창출, 공공 무상보육 실현, 서울시립대부터 반값 등록금 추진,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10대 핵심정책으로 내놓았다.

지금까지 서울시장 선거전은 야권이 한나라당의 10년 서울 시정과 이명박 정부 4년을 함께 심판하겠다며 정파(政派)와 견해 차이를 뛰어넘어 정책 합의문까지 내놓는데, 여권은 나 후보 홀로 맞서는 모양새로 진행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는 5일 당 복지정책대책팀 회의에서 무상급식 등에 대한 당론을 정한 뒤에야 범계파가 참여하는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해 나 후보 지원에 나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선거가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 실시되는 것이므로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당론부터 정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집권당이 그 당연한 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후보 등록 하루 전날에야 회의를 하겠다고 나선 속사정이 궁금하다. 그나마 당론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 여부가 결정되는 모양이다. 박 전 대표가 이미 확정된 자기 당 후보 지원문제를 두고 계속 뜸 들이는 것도 이상하고,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전의 모든 것이 오로지 박 전 대표 한 사람에 달려있는 양 매달리는 모습 또한 보기 딱하다.

한나라당은 이번에 싫든 좋든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공(功)과 과(過)를 따져 묻는 야당과 국민 앞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계승해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런 냉철한 평가 과정 없이 이번 선거는 물론 내년 양대 선거를 통과할 수 없다.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나 후보와 박 전 대표의 개인기로 각각 돌파하겠다는 꼼수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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