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사일 분야 핵심 인력으로 일하던 첸쉐썬(錢學森)이 미·중 간 오랜 줄다리기 끝에 1955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30대 중반이던 그에게 국가 최고지도자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가 찾아왔다. "미국에서 당신은 과학자 다섯을 합친 것보다 훌륭했다고 들었소. 연구에 매진해 중국 건설에 이바지해주시오." 3년 뒤 마오쩌둥은 "미국과 소련이 한다면 우리도 한다"며 우주개발 참여를 선언했다.

▶훗날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린 첸쉐썬은 중국과학원과 국방부를 지휘했다. 중국 정부는 1970년 첫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발사했다. 문화혁명의 정치적 혼란 속에 우주개발도 잠시 주춤하다 덩샤오핑이 들어선 뒤인 80년대부터 재개된다. 2003년 중국은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5호를 쏘아 올렸고 2008년 우주인 유영에도 성공했다.

▶엊그제 중국이 운반로켓 창정(長征) 2호F에 실어 쏘아 올린 우주실험실 톈궁(天宮) 1호는 드디어 중국이 우주정거장을 만들게 됐다는 신호탄이다. 중국은 옛 소련의 우주정거장 '미르'를 본떠 모듈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립적 임무를 수행하는 작은 단위 모듈을 조립해 큰 규모의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11월 초 발사되는 선저우 8호가 톈궁과 도킹에 성공하면 모듈 조립이 본격화된다. 현재 미국·EU·러시아·일본·캐나다가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수십 개의 모듈로 돼 있다.

▶중국이 건설할 우주정거장은 60t 규모이고 ISS는 축구장 크기의 400t짜리다. 중국도 작년까지는 ISS에 참여할 듯하다 이번에 독자적 우주정거장을 출범시켰다. ISS는 1600억달러에 이를 만큼 돈이 너무 많이 들었고 여러 나라가 제각각 모듈을 만들다 보니 소유권 문제도 복잡해졌다. 우주정거장의 과학실험들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도 나왔다. ISS는 2020년 퇴역할 예정이다.

▶톈궁 1호의 기술이 1960년대 미국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하지만 2020년 이후엔 미국조차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빌려 써야 할지 모른다. 작년까지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보면 더욱 심란하다. 손오공은 하늘에 있는 궁궐 천궁(天宮)에 올라가 소란을 피웠다. 중국 우주정거장의 주춧돌이 될 톈궁 1호도 앞으로 '손오공의 놀이터'가 되면 곤란하다. 우주 군사능력까지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