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아포테커를 뒤로 하고 HP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차지한 멕 휘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에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CEO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휘트먼은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eBay)를 이끌어 온 IT업계의 대표적 여성 경영인이다. 지난해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지난 1월부터 HP 이사를 맡아 왔다. 휘트먼은 지난주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세계 1위 PC제조업체 HP의 구원투수로 영입되면서 화려하게 재조명을 받았다.
포천은 오는 29일(이하 현지시각) '전 세계 최고 여성 CEO 500위' 명단을 공개하기에 앞서 예고판을 통해 휘트먼이 1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애플을 부진의 늪에서 살린 스티브 잡스(현 이사회 의장)처럼, HP를 되살리는 리더십을 선보일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하지만 휘트먼의 앞날은 평탄치 않다. 휘트먼이 HP에서 하게 될 일이 과거 이베이 때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휘트먼이 HP를 이끌 적임자로 충분치 않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HP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의 큰 트렌드를 놓쳤다는 점이다. 전임자였던 아포테커는 하드웨어 사업의 일부를 포기하고 대신 소프트웨어 분야를 강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처방을 내놨다. 그동안 부진했던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사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는 가운데 이런 대책은 시장의 신뢰를 주지 못했다. 아포테커 재임 기간 HP 주가는 50% 폭락했다.
26일 포브스 인터넷판은 휘트먼이 2020년을 기준으로 어떤 새로운 시장이 열릴지를 예상하고 새로운 전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베이는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당시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앞서 잡스의 경우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절반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면 모바일 시장이 매우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이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준비해 극적으로 반전을 거뒀다.
이처럼 휘트먼은 HP의 미래 전략을 이끌어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적했다. 휘트먼도 최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HP는 앞으로의 시장을 예측하고, 또 예측하고 예측해야 한다"며 "다만, 향후 방향은 아포테커의 소프트웨어 중심의 철학이 아니라 하드웨어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다음에는 어떤 무기로 현재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애플과 아마존이 하드웨어를 주도하고, 구글과 페이스북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인 것처럼 'HP' 하면 떠오르는 강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번스타인리서치의 한 애널리스트는 "휘트먼의 리더십 아래서 HP가 도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난 23일 6년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HP 주가는 잠재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