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출범(1982년) 29년 만에 '석면 파동'이라는 복병에 맞닥뜨렸다. 건물 철거 공사장과 지하철 역사·학교 교실 등지에서 종종 검출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석면이 야구장 그라운드에서도 검출되면서 정부가 '경기 중단'을 요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일단 야구가 중단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석면 문제가 꺼림칙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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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한 시민단체의 조사에서 비롯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이 조사를 공동 실시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 잠실구장 등 국내 5개 야구장의 흙을 떠 석면 함유량을 검사한 결과 최대 1%까지 석면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6일 공개했다.

잠실구장의 경우 3루와 홈 사이의 주루(走壘) 구간 토양과 야구장 출입구 앞 창고 등지에서 0.25%의 백석면·트레몰라이트 석면 등이 검출됐고, 부산 사직구장의 홈베이스 주변에서도 백석면·트레몰라이트 석면 등이 0.25~1% 농도로 나왔다. 문학·수원·구리 야구장의 그라운드와 흙 보관 창고 등에서도 0.25~0.5%의 석면이 검출됐다. 현행법에는 자연 광물에 든 석면 함유량을 규제하는 내용이 없는 상태다.

야구장을 소유한 지자체들은 환경부와 공동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잠실야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정부의 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잠실구장의 흙을 걷어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구장은 다음 달 6일 시즌 경기가 종료돼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11월 초순까지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면서 "이 기간에 야구장 흙을 전면 교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잠실구장에는 지난 2007년부터 내야 그라운드에 10㎝ 두께의 사문석(蛇紋石)이 깔렸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문석은 석면을 함유한 광물이어서 선수·심판 등에게 건강상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뛰거나 슬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또는 바람으로 석면이 든 흙먼지가 날리면 호흡을 통해 선수·심판 등의 몸속으로 석면이 들어가 각종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석면은 머리카락 굵기 수백~수천분의 1 정도 되는 극미세 입자여서 코나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로 곧장 이동해 10~40년을 잠복했다가 각종 치명적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 전문가인 백남원 서울대 명예교수는 "(석면이 대기 중에서 확산·희석되기 때문에) 일반 관중에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선수·감독들은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두산 양의지 선수는 "석면이 폐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난 포수라서 경기 때마다 흙먼지를 뒤집어썼다"면서 "나중에 (건강이) 잘못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KBO는 2011 시즌 막바지로 치닫는 프로야구 경기를 일단 예정대로 치른다는 방침이다.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잠실·문학·사직 구장에서 경기할 땐 미리 충분히 물을 뿌려 먼지를 줄일 예정이다.

잠실구장엔 28일부터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다음 달 6일까지 8경기, 인천 문학구장과 부산 사직구장에선 4경기씩이 더 잡혀 있다.

☞사문석(蛇紋石)

뱀 껍질 모양 무늬가 있는 광물로 현재 국내 3개 광산에서 채취되고 있다. 배수가 잘 되는 데다 붉은색 등의 색감이 좋아 국내 야구장을 비롯한 각종 운동장 복토용이나 장식 석재 등 용도로 써 왔다. 그러나 사문석에는 머리카락 굵기 수백~수천분의 1 크기의 미세한 석면(1급 발암물질)이 들어 있어, 내년 4월부터는 석면 함유량이 일정 농도 이상일 경우 사용이 규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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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프로야구 석면 검출 5개구장 경기 지속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