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동부 모(Meaux) 지방법원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착용한 이슬람 여성 2명에 대해 처음으로 벌금형을 선고한 지난 22일, 양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린 이슬람 여성이 법원 앞 거리에서 미리 준비한 원고를 꺼내 마이크 앞에 섰다.
자녀 넷을 둔,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이슬람 여성 켄자 드리데(32)는 "종교적 신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는 이유로 이슬람 여성들이 차별받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내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드리데는 이날 프랑스 혁명을 상징하는 화가 들라크루아의 대표작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 붉은색 이슬람 베일을 씌운 그림을 배경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 날짜와 장소도 일부러 벌금형이 선고된 날 모 지방법원으로 맞췄다.
드리데는 "얼굴을 전체를 가리고 공공장소로 나갈 수 없다면 사실상 가택 연금을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사회·경제·정치적 차별과 낙인의 대상이 된 이슬람 여성들도 엄연히 프랑스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머리부터 발목까지 덮고서 눈 주변만 망사로 시야를 확보한 통옷)와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가리개) 등 얼굴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의상을 착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니캅·부르카를 입고 외출할 경우 최대 15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며, 이 법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이어 이탈리아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정치·종교 분리 원칙과 어긋나고 남녀평등 정신에 위배되며 여성 존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프랑스 내 이슬람 신자들은 "얼굴을 가리고 외출할 수 있는 권리도 기본적인 시민권의 하나"라고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