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임방울국악제 전국대회가 지난 23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전야제를 시작으로 화려하게 막이 올랐다. 판소리·기악·무용·시조·농악·가야금병창 부문에서 330명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쳤다.
임방울국악제는 광주가 낳은 당대 최고의 국창(國唱) 임방울(林芳蔚·1905~1961) 선생을 기리고, 미래 국악계를 짊어질 '21세기 임방울'을 발굴하는 국악 축제다. 26일 판소리 명창부·기악·무용 본선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국악 신예 등용문이기도 하다.
임방울 선생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한(恨)을 절절한 목소리 하나로 달래줬던 명창이다.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한 '쑥대머리'가 담긴 음반은 100만장 넘게 팔리며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일본과 만주에까지 명성이 자자했다. 전남 송정읍(지금의 광주 광산구 도산동)에서 1905년 출생한 그는 민초의 애환을 빼어나게 표현한 참소리꾼이었다. 타계하기 6개월 전 김제 장터에서 피를 토하며 공연하다 쓰러진 게 마지막 무대였다.
대회 사흘째인 25일 하이라이트는 '명창부 판소리' 예선이었다. 상금 1500만원과 대통령상이 유일하게 걸린 이 종목 예선이 열린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명창부는 만 30세 이상으로, 춘향가·심청가·수궁가·흥보가·적벽가 등 판소리 다섯마당(바탕) 중 한 마당을 완창해야만 참가가 가능하다. 올 참자가는 9명. 대부분 국악단에서 활동하는 현역 프로 소리꾼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출중한 실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경연 순번을 배정 받은 뒤 경연 20분 전 심사위원 7명 앞에서 부를 대목을 직접 뽑았다.
조통달 심사위원은 "명창부에 참가하려면 5시간 넘게 걸리는 판소리 한 바탕 정도는 완벽하게 부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며 "한 바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명창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첫 번째 참가자는 취약한 대목을 뽑는 바람에 참가를 포기하기도 했다.
뼛속에 스며드는 판소리 가락이 올려퍼지자 객석에선 "얼씨구" "잘한다" "그렇지" "어이" 등 추임새가 터져나왔다.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을 열창한 한 참가자는 "자신 없는 대목이었지만 혼신을 다해 노래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 대목을 부른 정수인(31·서울)씨는 얼굴이 땀에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 강사로 일하는 정씨는 "1년 동안 밥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이 대회를 준비해 왔다"며 "다른 국악대회보다 심사 기준이 엄격하지만 소리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했다.
명창부에선 정수인씨를 비롯해 김자영(31)씨와 채수정(41)씨 등 모두 3명이 최종 본선에 진출, 대통령상을 놓고 겨루게 됐다.
명창부 예선을 지켜본 2009년 대통령상 수상자인 박평민씨는 "우리 때보다 실력이 월등히 뛰어난 사람들이 대거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일반부 판소리 예·본선에선 33명이 참가했다. 춘향가 중 이별가 대목을 노래한 최근혜(23·중앙대 국악과 4년)씨는 "지난해 일반부 2등을 차지한 아쉬움을 달래려고 올해 다시 참가했다"며 "최고 대회에서 꼭 1등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전문 국악 공연팀에서 일하는 김주영(27·서울)씨는 "춘향가의 초경이경 대목을 부를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관객들이 내 목소리에 빠져든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선 69명이 참가한 일반부 기악 예선이 열렸다. 해금과 대금·피리·가야금·거문고·아쟁 등 국악기의 선율이 애간장을 녹이며 소극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지영희류 해금산조를 연주한 이재용(22·서울예대 한국음악과 1년)씨는 제대한 지 8일 만에 대회에 참가했다. 짧은 머리를 한 이씨는 "국방부 군악대대에서 꾸준히 해금을 연주하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반부 무용 예선과 가야금병창 예·본선, 시조 예·본선 등이 광주에서 열렸다. 24일엔 판소리 학생부 예·본선 치러졌다. 고등부 판소리 부문에서는 김경미(19·선일여고 3년)양이 금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등부는 이정현(봉선중 3년)양, 초등부는 이승훈(광림초교 5년)군이 금상을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명창부 판소리 본선과 일반부 기악·무용 본선이 오후 1시 30분부터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SBS가 생중계한다.
임방울 국악제는 광주광역시와 조선일보사, SBS가 공동 주최하고, 임방울국악진흥회, KBC가 공동 주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악협회, 교육과학기술부가, 협찬은 광주은행, 삼성전자, 유당문화재단이 후원한다.
김중채 임방울국악진흥회 이사장은 "임방울 국악제는 전국에서 가장 투명하고 권위있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며 "일본에서 수상자 공연을 여는 등 행사 이후에도 수상자를 꾸준히 지원하며 걸출한 명창 배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