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서울 노원경찰서에는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전화가 울렸다. 알고보니 폭발물이 아닌 지역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총회. 개표 결과를 놓고 각기 다른 건설업체를 지지하는 조합원들끼리 재검표와 투표 무효를 외치는 와중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이처럼 재개발·재건축 지역마다 향응 제공, 부정 선거 등 부정적인 문제가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난해 7월 관(官)에서 조합 구성에 대한 과정을 총괄하도록 하는 '공공관리제'를 전격 도입했다.
◆공공관리제, 절반의 성공
현재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지역은 총 22곳이다. 지난해 7월 1차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곳과 한남뉴타운 5곳(2차), 금호23구역 재개발 등 이다. 추진위원회 구성비용은 모두 서울시와 자치구에서 부담하며, 구역당 평균 1억8000만원 정도를 썼다.
특히 2차 시범지구인 한남재정비촉진구역은 지난해 10월 재정비촉진계획을 고시하고 올 1월 예비추진위원장 선거를 치렀다. 서울시 측은 "1년 이상 걸리던 추진위원회 구성이 2개월로 단축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정비사업자, 시공사 선정 등의 기준을 마련하고, 정비사업에서 개별 조합원의 분담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클린업 시스템'을 주요 성과로 뽑았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시가 클린업 시스템을 통해 비리를 인지하고 직접 관여하겠다는 것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갈 길 멀어
하지만 공공관리제가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성수지구에서는 입찰 자격을 얻지 못한 정비업체들의 소송 제기로 1·2·3지구가 소송에 휘말렸다. 한남뉴타운에서는 용산국제빌딩4구역에 개입한 업체가 정비업체로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도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명시했다. 이전까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에서 시공사 선정 시기는 도정법상에서 규정한 '조합설립 이후'였다. 상위법인 도정법은 조합설립 시기를 오히려 앞당긴 반면 세부 시행규칙격인 시 조례에서는 시공사 선정 시기를 늦춘 격이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서울시 조례보다 상위법이 도정법인데, 도정법은 시공사 설립시기를 조합설립 이후로 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기간 단축, 경비절감에만 집중한 나머지 가장 예민한 세입자 보상, 철거 등에는 소홀하다는 비판도 있다. 재개발 사업장에서 본격적인 갈등은 관리처분 시기에 철거를 전후해 고조되는데 이 시기 공공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공공관리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할 때 계획 수립 단계부터 사업이 끝날 때까지 진행 과정을 구청장이나 S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감정원 등 공공에서 주도하는 제도. 사업 전반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기 위해 2009년 7월부터 시범 실시하고 있다. 공공관리자는 사업시행 인가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비용을 부담하고, 시공사 선정 이후에는 조합이 비용을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