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보수 시민단체 인사들을 대표한 '8인 회의'가 19일 저녁 모임을 갖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보수 시민 후보로 추대키로 결의하고 21일 추대대회를 열기로 했다. '8인 회의'에는 이헌 '시민과 함께 하는 변호사들(시변)' 대표, 김종일 뉴라이트전국연합 대표, 이갑선 시민사회네트워크 대표, 임헌조 선진통일연합 공동대표, 김정수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 최인식 국민행동본부 사무총장, 류석춘 연세대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이 전 처장이 도와달라고 해서 돕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지는 여러 인사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헌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중도·보수 우파의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에서 시민 후보를 추대키로 했고, 이 전 처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지지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이 전 처장의 입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처장을 조기에 추대하는 쪽으로 결론 냈다"고 했다. 한나라당에 불만을 갖고 있거나 한나라당 이외의 대안을 찾으려는 보수세력들이 이 전 처장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이 전 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10월 초까지 범보수 시민 후보로서 한나라당 후보와 떳떳하게 경쟁하겠다"면서 "출마 입장을 밝힌 지 불과 며칠 안 된 상황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나의 뜻을 알려나가면 얼마든지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당을 압박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한나라당 후보로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시민사회의 여망을 무시한 구태(舊態) 정치"라며 "변하지 않으려는 한나라당을 시민과 범여권의 뜻을 모아 변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 전 처장은 다만 "범여권 후보 두 명이 출마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선관위 후보 등록(10월 6~7일) 직전까지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통합 후보를 뽑아야 한다. 만약 그때 시민들의 지지가 다른 후보에게 있다면 대승적으로 양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처장측은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 방안에 대해 "10월 초쯤 여론조사를 기본으로 하되 그것만으로는 안 되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참여선거인단 투표를 가미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측은 "이 전 처장이 입당하지 않아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정권 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서울시장 후보를 반드시 내야 하고 (당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23일까지는 당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며 이 전 처장의 입당을 재차 촉구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안 들어온다면 10월 4일로 예정된 당 후보 선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며 "'한나라당 경선 후 범보수 후보 단일화' 방안은 우리 쪽 후보를 뽑은 뒤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처장을 중심으로 범보수 시민사회가 결집해 외연이 넓어지는 것은 한나라당에도 나쁠 게 없다"며 "이 전 처장이 10월 초쯤 한나라당 후보를 위해 양보를 해준다면 실(失)보다는 득(得)이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