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안양의 택시기사 강모(51)씨는 안양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승객을 태웠다. 강씨는 승객을 내려준 뒤 안양으로 가는 '귀로(歸路) 승객'을 태우려 했지만 택시 승강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60㎞ 장거리를 빈 차로 돌아와야 했다.
강씨가 인천공항에서 승객을 태울 수 없었던 것은 택시사업구역 규정 때문. 택시는 '구역업종'이라 면허를 받은 사업구역 내에서만 영업하도록 돼 있다. 원칙적으로 서울 택시의 경우 서울에서, 안양 택시면 안양에서 운행해야 한다. 인천공항처럼 수도권 전 지역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는 곳은 '택시 공동사업구역'으로 설정한다. 그러나 이 공동사업구역에는 서울·인천과 경기 일부지역(광명·고양·김포·부천) 택시만 포함돼 있다. 상대적으로 인천공항과 가까운 성남·안양·의왕 등 경기 지역 택시는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인천공항 공동사업구역 탓에 손해를 보는 것은 택시기사뿐이 아니다. 공동사업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경기도 지역으로 가려는 택시 승객들도 웃돈 요구와 승차거부 같은 피해를 본다.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에서 경기 의왕으로 가려던 최모(24)씨는 택시 승차를 거부당했다. 최씨는 "택시 기사가 '서울 택시라서 의왕에 갈 수 없다'며 다른 차를 이용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다른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그 역시 서울 택시여서 승차를 거부했다.
서울·인천 등의 택시가 의왕에 가지 않는 것은 승차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택시는 구역업종이라 '면허를 받은 사업구역 내에서만 영업을 할 수 있고, 사업구역이 아님을 이유로 운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 다시 말해, 분당이나 의왕 승객은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에 갈 수는 있지만, 공항에서 택시로 귀가하기란 매우 어렵다. 분당·의왕 택시가 손님을 공항에 내려줄 수는 있으나, 공항에서 출발하는 손님을 태우는 것은 규정위반이기 때문이다. 또 서울 택시가 분당·의왕 승객을 태우지 않아도 승차거부가 아닌 셈이다.
안양의 한 택시노동조합 간부 박모(53)씨는 "지금 사업구역 규정은 공항 개항 때부터 국토해양부 훈령으로 정해진 것으로 구역 설정 자체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택시영업자들 사이의 이해(利害)가 걸린 문제라 '사업구역에 포함시켜 달라'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했다.
'시계외(市界外) 할증료' 존폐 논란도 인천공항에서 경기지역으로 가는 승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현재 서울 택시가 고양·성남·안양 등 서울에 인접한 11개 도시로 갈 때에는 20% 할증요금제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난 7월 서울시가 시계외 할증요금제 부활을 예고한 뒤로 인천공항에서 경기지역으로 가는 손님들에게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농(都農) 복합할증' 이란 요금제도도 있다. 인천공항에서 경기 김포 택시를 타고 서울에 갈 경우 승객은 미터 요금의 40%를 도농복합할증 요금으로 추가 지급해야 한다. 분당에 사는 이모(30)씨는 "20% 할증요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며 "복잡한 택시 규정을 정확하게 몰라 그냥 내고 말았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에서 경기도 지역으로 가려는 승객들의 '승차거부 등의 피해를 봤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복잡하고 오래된 규정 탓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그 피해를 공항 이용객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