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 공산당 총서기 직에서 물러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당초 자신의 후계자로 리커창(李克强·사진) 부총리를 생각했다는 증언이 공개됐다.
홍콩 명보(明報)는 13일 폭로 전문사이트 위크리크스(wikileaks)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을 인용해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외교 전문은 지난 2009년 5월 30일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싱가포르를 방문해 리 전 총리와 회담한 직후인 6월 4일, 싱가포르 주재 미국 대사관이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정리해 본국에 보고한 것이다.
리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후 주석이 생각한 후계자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아니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의 리커창 부총리였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그러나 시 부주석이 당 최고지도층 내 다른 세력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자 스스로 계산 끝에 시 부주석을 후계자로 받아들였다고 리 전 총리는 전했다.
리 전 총리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후 주석 간 관계에 대해서도 "중국에는 더 이상 덩샤오핑(鄧小平) 같은 강력한 지도자가 없으며 (후임 지도자 선출 문제는) 시스템에 따라 이뤄진다"면서 "장 전 주석은 후 주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후 주석이 당내 시스템의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 실책을 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 주석의 승계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내년 10월 18차 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될 후임 총리에 대해서는 유력 후보인 리커창 부총리보다는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발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 전 총리는 "왕 부총리는 2003년 베이징의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를 훌륭하게 극복했고,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왕 부총리를 총리로 선택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당대회에서 장 전 주석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영향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과 절친했으며, 그 이후 중국 최고지도부와도 깊은 관계를 유지해 중국 내부 사정에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