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지난 2일 새로운 일본 내각을 출범시켰다. 고이즈미 총리가 2006년 9월 퇴임한 후 5년 만에 여섯 번째 총리이다.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다섯 명째 일본 총리와 회담하게 된다. 총리의 잦은 교체는 그만큼 일본 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 일본의 불안정한 정치리더십은 GDP 200% 이상으로 누적된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세율인상 같은 정책을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에게 설득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의 정치가·학자·여론은 정치리더십이 너무 자주 바뀌고 이것은 국익에 부정적이라고 거의 모두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안정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 망연자실한 상태이다. 정치안정을 좌우하는 요소는 정치제도, 정치가의 권력의지 같은 인적 요소 및 경제상황 등 정치 외적 요소가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 고이즈미 총리 퇴임 이래 중의원은 여당이 과반수를 장악하지만 참의원은 야당이 장악한 일본형 여소야대(與小野大)가 정치적 불안정을 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일본 국회는 양원제(兩院制)이며 중의원과 참의원은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총리는 중의원이 선출하지만, 법률안과 예산안 등 다른 정치 영역에 관해서는 양원이 거의 동등한 권한을 갖고 있다. 자민당이 양원의 과반수를 모두 장악했던 시기에는 참의원 무용론이 등장했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률안과 예산안은 예외 없이 참의원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의 경우 참의원 과반수를 장악한 야당은 여당을 집요하게 비판하고 법률안의 통과를 저지한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률안이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의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하지만 한정된 정치 일정과 정치적 자원을 고려하면 부결된 법률안을 매번 재의결할 수도 없고 결국 야당과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여소야대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양원제를 단원제로 바꾸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지금 같은 약체 리더십으로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수 없다. 양원제 도입은 1945년 이후 일본에서 강력한 정치리더십 출현을 원하지 않았던 미군정(軍政)의 의도가 헌법에 구현된 것이기도 하다.
일본 헌법에는 총리의 임기나 중임(重任) 규정이 없다. 민주국가 헌법에서 최고 정치지도자의 임기나 중임 규정을 설치하는 이유는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법정 임기나 중임 규정이 없는 것이 장기집권이 아니라 오히려 초단기 정권이 빈발하는 제도적 이유가 되고 있다.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책임하에서 스스로 판단하여 사임할 수 있다. 총리가 무책임하게 사임할 수 있을까 싶지만 최근만 해도 아베, 후쿠다, 하토야마 총리가 스스로 사임했다. 권력의지가 충만한 정치가가 아니라 가업(家業)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물려받은 정치가들은 여소야대의 어려운 정치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총리직을 던져버렸다. 오죽하면 나카소네 전 총리가 "일본 총리가 고급 샐러리맨처럼 됐다"고 한탄했겠는가.
일본 총리가 당내 비판이나 야당 비판에 쉽게 허물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국민 지지를 기반으로 선출되지 않아서 정치적 정당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일본 헌법은 총리를 "중의원 의결에 의해서 국회의원 중에서 지명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장악한 정당의 당수가 총리로 지명된다. 여당 당수 선출은 당내 파벌들의 합종연횡을 통해서 이뤄지고, 이는 국민 지지와 괴리된 인물도 총리가 될 수 있게 한다. 현 노다 총리의 국민 지지율은 지명되기 전에는 10% 미만이었다. 그리고 총리 취임 후 파벌들의 합종연횡이 깨지면 총리직 유지가 곧바로 어려워지게 된다. 3년마다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나 4년 임기가 만료되는 중의원 선거가 가까워지면 내각 지지율에 국회의원들은 예민해지며 지지율이 낮은 총리는 사퇴 압박을 받는다. 재선에 정치생명을 거는 국회의원들은 지지율이 낮은 총리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사임을 압박한다.
일본은 2009년 9월 여야 간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민당 장기집권에 염증을 내고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일본 국민은 민주당이 구태의연한 파벌에 의한 권력투쟁을 반복하고 그 결과로 야기된 정치적 불안정에 실망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신임 노다 총리 앞에는 전임 총리 시기에 20%대로 떨어진 민주당 지지율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하지만 그 과제를 달성하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신임 총리에 대한 국민 지지를 직접 확인하자며 중의원 해산 후 총선거 즉시실시를 요구하는 야당의 정치적 압박을 현 중의원 임기만료인 2013년까지 계속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