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이후 전주에서는 전라감영과 향교·서원·서포(개인출판사)들에서 많은 유교경전과 교육도서, 역사·지리서, 의서, 소설 등이 출간됐다. 한지 주산지이자 판소리 중심지로서 완판본(完板本), 특히 고소설의 출판 열기는 서울(京板本)과 쌍벽을 이뤄 풍남문 등 4문 밖 시장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됐다.
조선 중·후기 지식과 문화의 산실로서 전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완판본문화관이 완성돼 추석을 앞두고 임시 개관했다. 전주문화재단은 7일 "이 문화관이 교동 전통문화관 옆(1147㎡)에 한옥(374㎡)으로 완성돼 인근에 건립된 전주소리·부채문화관과 함께 10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시험 운영된다"고 말했다.
완판본문화관은 전라감영 등에서 간행한 유교경전, 교육·생활도서에서 손바닥 크기의 '딱지본' 소설까지 447점을 다양한 목판과 함께 소장하고 있다. 번창했던 기록문화 중심지로서 전주 및 호남의 지적 전통과 근세 유학의 맥을 상설전과 다양한 기획전으로 소개한다. 시민·학생들이 완판본 출간 기법대로 여러 장 목판을 먹물로 한지에 인쇄, 책으로 엮는 과정을 체험하며 명함도 만들어갈 수 있다.
문화관은 완판본 강독 모임 등을 통해 판소리계 소설 등 고전 애호 저변을 늘려갈 계획이다. 당장 12월 '완판본과 전주의 문화콘텐츠'란 학술대회를 열어 완판본이 국어 변천에 미친 영향과 완판본 글체의 현대적 활용방안 등을 토론케 한다.
전주소리문화관과 부채문화관은 각각 풍남동 한옥생활체험관 및 최명희문학관 옆에 건립됐다. 소리문화관은 고 오정숙 명창의 유품을 포함, 판소리 관련 유물 744점을 보유했다. 전시실과 소리·문화방, 세미나실, 소리마당 등을 두어,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소리를 대중 곁에 다가서게 하고 판소리 연구공간으로도 활용한다는 구상.
부채문화관에선 다양한 형태와 용도의 옛 부채와 현대 부채를 진열하고 관람객들도 직접 부채를 만들어보게 한다. 이 분야 산업화를 위한 기술·정보·인력 네트워크도 구축한다.
세 문화관은 월요일마다 휴관하지만, 추석 연휴 3일은 계속 문을 연다. 완판본문화관 이천승 운영실장은 "대중성·전문성을 함께 갖춰 전주의 전통문화 콘텐츠를 깊고 풍부하게 하는 공간들로, 완성도 높은 운영체계를 만들기 위한 시험운영"이라며 "오셔서 즐기시고 어떤 조언이든 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