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9시 30분쯤 서귀포시 강정마을 체육공원 입구. 제주해군기지 반대측이 주최한 '평화콘서트'가 마무리되면서 참가자들이 속속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평화버스' 20여대에 나눠 타고 강정마을을 찾은 참가자들은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다시 올랐고, 일부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행사가 끝난 뒤에도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자리를 지키며 문화행사를 계속했다.

한풀 꺾인 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

이날 '평화콘서트'에는 서울·대구 등지에서 '평화비행기'로 온 240여명을 포함해 모두 1000여명(경찰 추산·주최측 2000여 명 추산)이 참가했다. '평화 비행기' 참가자는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진보·인권단체 회원들 중심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지난 2일 경찰력이 투입되고 해군기지 공사 펜스 설치가 마무리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반대측 행사였다. 반대측이 경찰력 투입에 대한 부당성을 부각시켜 힘을 규합하고, 야당 등 정치권의 지지를 끌어들여 '꺼져가는 반대운동의 불씨'를 되살릴 기회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찰과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경찰도 행사를 앞두고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기동대원 230여명을 긴급 충원하는 등 1300여명을 강정마을과 행사장 주변에 배치했다.

3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법환포구에서 문정현 신부가 마이크를 들고 해군기지 건립에 반대하는‘구럼비 평화순례 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해군기지 반대파 1000여명(경찰 추산, 주최측 2000명 추산)이 참가했다.

그러나 행사는 큰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평화콘서트' 도중 '구속자 석방하라' 등의 구호가 나오기도 했지만 과격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날 행사가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단호한 태도와 법원의 결정, 지역 여론 악화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펜스 설치 때 힘으로 저항한 반대세력 35명을 전격 연행하는 등 전에 없이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후 기지 공사가 74일 만에 재개되는 등 반대세력으로선 힘이 빠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법원의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도 반대세력을 위축시켰다. 법원 결정 이후 공사 방해 주도 세력들은 사법 처리를 피하기 위해 2일 펜스 공사 때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 세력은 특히 "외부 사람들이 왜 제주도에 와서 분란을 만드느냐"는 제주도민의 여론을 크게 의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민심이 예상보다 싸늘해지자 무리하게 경찰과 맞붙을 경우 불어올 역풍(逆風)을 염려했다는 분석이다.

◆주민들과 일부 마찰도

3일 강정마을 행사 때 애꿎은 동네 수퍼가 분풀이 대상이 됐다. 행사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부터 트위터를 통해 "강정마을 오시는 분들, 수퍼는 코사마트 이용하셔야 합니다. 건너편 나들가게는 해군기지 찬성 쪽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과 트위터를 타고 퍼져 나갔다.

이 때문에 일부 참가자들은 '찬성쪽 가게'로 분류된 나들가게로 오는 손님들을 쫓아내기도 했다고 주인 강희상(50)씨가 말했다.

그는 "일부 참가자가 우리 가게 문 앞을 막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여기는 가면 안 된다'며 내쫓았다"며 "아무리 자기네들 행사하는 것도 좋지만 남의 밥줄을 막으면 되느냐"고 했다. 참가자 일부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밤늦게까지 나들가게 앞에 앉아서 술판을 벌였고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기도 했다.

해군기지 찬성쪽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눈살을 찌푸리면 "대한민국 땅에 대한민국 국민이 앉아 있는 게 무슨 잘못이냐"며 따지기도 했다.

[키워드]

[제주 강정마을 사태]

[평화콘서트]

[강정마을 사태 진행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