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골목길에 전깃줄이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부터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시내 전봇대 전깃줄을 정비하기로 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사는 정연주(25)씨는 집 주변 전봇대에 엉켜 있는 전깃줄이 하늘을 가려 불만이다. 정씨는 "창천동에서 자취할 때에도 가뜩이나 좁은 골목길에 삐뚤삐뚤한 전깃줄이 늘어져 있어 답답했다"며 "덴마크 코펜하겐에 유학 가보니 전깃줄이 보이지 않고 하늘이 탁 트여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도심의 흉물로 손가락질 받던 '거미줄 전깃줄'이 정돈돼 거리 풍경이 깔끔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도로변, 주택가 전봇대에 얽혀 있는 전기·전화·인터넷 통신 등 각종 전기선을 정비하는 '통신선 종합 개선대책안'을 마련했다고 4일 밝혔다.

'안 쓰는 전깃줄이 철거되지 않은 채로 덜렁거린다'며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에 접수된 전선 정비 관련 민원은 모두 6697건.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서성만 과장은 "10여년 전부터 인터넷 통신·케이블TV선 등이 급격히 늘어나 도시 미관을 해치고, 감전·화재 등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정비대책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6월에는 서울 사당동 이면도로에 서 있던 전봇대 3개가 쓰러져 차량 운행이 중단되고, 건물 간판이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원인은 통신업체가 낮게 걸쳐 놓은 통신 케이블이 대형 화물 트럭에 걸리면서 쓰러진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는 시내 한전 12개 지사를 중심으로 자치구, 통신사업자로 구성된 협의체 12곳을 만들어 합동 정비에 나선다.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서정욱 주무관은 "한전, 인터넷 및 케이블TV 통신사업자 등이 전봇대를 함께 쓰는 터라 그동안 전봇대 한 주를 설비하는 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며 "합동 정비체제를 갖춰 효율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부터 쓰지 않는 전깃줄이 엉켜 무게가 늘어난 전봇대를 집중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무게가 늘어난 전봇대일수록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쉽게 쓰러질 수 있다. 불필요한 전깃줄을 철거하고 나면 늘어져 있는 여러 가닥의 선들은 아연 소재의 빳빳한 '조가선(전선을 지탱하기 위해 쓰는 선)'으로 팽팽하게 만들어 한 가닥으로 묶는다. 여분으로 동그랗게 말려 매달려 있던 전깃줄들은 잘라낸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8년부터 한전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봇대를 땅속으로 묻는 지중화사업을 진행해왔지만 땅을 파헤치고 전선을 묻는 데 1㎞ 구간당 평균 15억원이 들어 부담이 컸다"며 "지중화사업과 더불어 기존 전봇대 전깃줄을 깔끔하게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중화사업은 서울 지역 전체로 봤을 때 현재 53.6% 정도 진척됐다. 전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수치이지만, 영국 런던은 이미 전선 지중화율이 100%에 가깝고, 일본 도쿄는 86%에 이른다.

서울시는 중구 장충동, 관악구 행운동처럼 불량 정도가 심한 전봇대가 많은 곳을 찾아내 우선 정비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불량 통신선은 각 자치구가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고발 조치를 하거나 과태료·변상금 부과 등의 행정 조치도 추진할 방침이다.

자치구별로 1~2명의 시민감시단을 조직해 '배전설비 공가업무 처리지침' 및 '전기통신설비의 기술기준에 관한 규정'을 어긴 전봇대를 수시로 찾아내며, 국토해양부와의 협조를 통해 불량 전봇대를 방치한 사업자에게 과태료와 변상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